급변하는 정보 시스템 환경 따라가야 생존
모바일 익숙한 젊은 직원에 '브랜딩' 맡겨야
조회수 떠나 멀리 내다보고 언론사 본질 충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만드는 게 중요

프레너미(frenamy). 친구(friend)이면서도, 적(enemy)이란 뜻이다. 전통 미디어에 페이스북이 이런 존재다. 인기 많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자체로 거대한 미디어가 되어버린 상황. 페이스북에 열광하던 북미나 유럽 큰 언론사 사이에서는 페이스북을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대세인 페이스북에 휘둘리는 정도가 커졌다는 말이다. 사용자마다 다른 뉴스피드를 제공하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기존 언론사의 트래픽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강력하다. 반면, 바로 같은 이유로 <경남도민일보> 같은 지역 언론에 '페이스북 시대'는 기회이기도 하다. 올해 두 번째 경남도민일보 사내 교육 강사로 페이스북 코리아 박상현 홍보총괄 부장을 초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몇 가지 중요한 조언을 지면에 정리한다.

◇언론사들은 페이스북에서 계속 실패하고 있다.

그는 듣기 불편할 정도로 단호하게 기존 언론사가 처한 상황을 정리했다. 세상은 너무나 빨리 바뀌는데, 기존 언론사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빨리 바뀌는 세상'이란 모바일 시대를 말한다. 전 세계 모바일 기기는 현재 약 79억 대. 세계 인구 약 75억 명(올해 4월 기준)보다 많다. 그야말로 모바일로 일상을 영위하는 시대다. 사람마다 고성능 개인정보장치(스마트폰)를 하나씩 들고 있다. 사람이 정보가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하는 전통 미디어 시대는 끝났다. 대신 개인별 맞춤형 정보가 사람을 찾아가야 하는 시대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를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뭐 없나, 하는 것이다. 언론사는 이런 사람에게 개인화, 특수화, 차별화된 정보를 갖다 바쳐야 한다.

하지만, 기존 언론사, 특히 신문사는 여전히 지면 제작에 중심을 두고 있다. 대부분 종합지를 표방하므로 정보 역시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있다. 기사 자체도 대부분 40~50대 이상 기성세대를 독자로 삼아 작성된다. 내용은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래서 차갑고 딱딱하다. 감성적인 콘텐츠 소비를 주로 하는 젊은이에게는 이게 굉장히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선을 보러 나간 사람을 상상해보자. 우선은 가벼운 대화로 분위기를 풀고 호감을 얻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연봉은 얼마냐, 차는 있느냐, 주택은 몇 평이냐, 노후 계획은 뭐야 하고 들이대는 것과 비슷하다.

게다가 대부분 언론에서 소셜미디어 담당인력은 회사 내부에서도 한직이다. 상급자의 이해도 부족하고, 인센티브도 없으니 열심히 하려 해도 동기부여가 잘되지 않는다. 기존 언론사가 페이스북에 투자를 계속하면서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경남도민일보 직원들에게 강연 중인 박상현 페이스북 코리아 홍보총괄. /김구연 기자

◇젊은 직원에게 과감히 맡겨라.

박 부장은 상황이 어려워도 모바일 전략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브랜딩(branding)' 때문이다. 이는 한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 충성도, 편안함 등을 말한다. 쉽게 말해 젊은이에게 계속해 <경남도민일보>라는 브랜드를 각인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주변에 있는 대학생이나 중·고등학생을 보면 철이 없어 보이고 마냥 어린애 같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5~20년 후 바로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도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지역 비즈니스의 맥락을 부여잡게 된다. 그때 이런 친구들이 <경남도민일보>를 제대로 모른다면 언론사 존재 이유 자체가 위태로울 수도 있다. 대부분 언론사 직원은 자기 일만 하기에도 바쁘다. 하지만, 누군가는 지금 상황에서 브랜딩을 담당해야 한다.

그래서 박 부장은 이런 일을 아예 젊은 직원한테 과감하게 맡기라고 조언한다. 극단적으로 30살 이상은 모바일 콘텐츠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까지 말한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고, 세대차이는 절대 극복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는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태어나자마자 바로 모바일 기기를 접하며 자란다. 이런 젊은이는 기존 질서를 잘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고, 알아야 할 이유도 딱히 없다. 하지만, 바로 이들이 앞으로 사회 주도세력이 된다. 이들 세대를 향한 모바일 감각은 같은 세대에 속한 젊은 직원에게서 발현될 수 있다.

◇힘들어도 저널리즘을 포기하지 말자!

그렇다고 조회 수에 지나치게 연연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장기전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의욕적으로 투자를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언론사 체질 자체를 아예 바꿔야 한다. 개별 언론사로서도 아주 커다란 변화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양보다는 질을 추구해야 한다. 당장에 조회 수만 보고 대응하다가는 언론으로의 본질과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언론으로서 할 일보다는 조회 수 높은 콘텐츠에만 신경을 쓰면 새로운 고객은 늘지 모른다. 마치 조미료를 많이 넣어 음식 맛을 좋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결국에는 원래 고객도 떠나고 새로운 고객은 더욱 자극적인 맛을 찾아 떠나버릴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일이다. <경남도민일보>를 예로 들면 경남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전국지에 아무리 좋은 게 실려도 다 서울에 있는 거면 경남에 사는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다. 그래서 <경남도민일보>는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달라야 한다. 경남 사람이 뭐 없나, 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봤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렇게 <경남도민일보>만의 가치를 만들어야 모바일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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