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한 중학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친구가 자신의 친구가 문제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해도 도울 수 없음에 괴로워하다 흉기로 문제학생을 난자한 것이다. 이러한 심각한 사태에 대해서 많은 언론이 대중매체의 폭력성과 학교폭력의 문제를 떠들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사태의 근원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원은 학교가 입시를 위한 학원으로서 경쟁만을 강요하며 학생들 서로가 친구가 아닌 경쟁자로서 대화하기보다는 서로 견제하도록 만든, 그리고 지식의 주입만을 강요하는 현재의 자본주의적 경쟁교육 시스템과 이 시스템에서 소외된 소위 ‘문제아’들. 그리고 이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세 요인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나온 것이 오늘의 사태가 아닐까.
학생들간의 폭력이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라 생각할 때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폭력은 이번 사건과 어떠한 연관을 가질까.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으며 그들의 행위는 학생들 사이의 폭력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맞아야 성적이 오른다며 때리고 또한 학교의 규율을 지켜야 한다며 쉽사리 체벌과 폭언을 행사했던 그들은 이번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학생들이 정의, 평등과 자유 그리고 연대의 가치 등을 지니도록 지도하는 사람들이다. 절대로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기계처럼 단어와 지식을 주입시키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 획일화된 주입에 반항하는 학생들을 체벌하고 폭언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교육을 담당하는 분들은 과연 오늘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 싸워 왔던가. 당신들이 그저 교육의 경쟁 시스템에 순응하고 지식의 주입기계가 되길 강요하는 교육부의 윗분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이 심각한 경쟁사회에 대해서 어떠한 저항의 목소리라도 내어 본 적이 있었던가. 정말 그래 왔던가.
많은 선생님들은 이 글을 보면 분개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95명의 선생님이 잘한다고 하더라도 5명의 선생님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폭력은 확대되고 재생산된다. 그것이 폭력이 가지는 위험성이다.
오늘날의 경쟁 시스템과 그것을 부추기는 학부모들 그리고 여기에서 소외된 학생의 탈출구인 폭력과 이 시스템을 강요하는 교육 담당자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오늘의 사태를 불러온 것이 아닐까. 죽은 학생과 죽인 학생 모두 이 사회의 희생양이다. 이 사건의 책임자는 이 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교육자의 역할이다. 그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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