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제로 식수 또 누렇게 변해
"지주목 없이 버티기 힘들어"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인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지지율이 시들하다. 홍 전 지사가 지사 시절 '채무 제로' 달성을 기념해 심은 나무도 또 시들하다.

19일 산림전문가 박정기 씨와 경남도청 정문 부근에 심어진 채무 제로 기념 식수 '주목'을 살펴봤다. 주목은 한눈에 보기에도 주변 초록빛 느티나무와 달리 누런 모습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잎이 말라 변해 있었다.

경남도는 지난해 6월 '채무 제로 달성'을 기념해 도청 정문 쪽에 20년생 사과나무(홍로)를 심었다. 하지만 나무는 두 달여 만에 누렇게 변하고 가지가 말라갔다. 햇빛 가림막을 설치하고 영양제를 공급하는 등 노력도 허사였다. 도는 약 5개월 만에 기념식수를 40년생 '주목'으로 교체했다. 주목은 지리산과 같은 고산지대에 사는 나무로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을 간다'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하지만 나무가 약 6개월 만에 죽어가는 상황이 또 일어난 것이다.

경남도청 앞 채무제로 기념식수로 심어진 사과나무가 시들어 지난해 10월께 주목으로 교체해 심었지만 결국 살아나지 못하고 시들어 버렸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박 씨는 "잎과 가지 95%가 말라 사실상 고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마른 가지에서 새 잎이 나지 않는 상록 침엽수 특성상 회복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나무를 심는 위치부터 관리까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곳은 나무가 고온, 복사열 등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바람도 계속 맞아야 하기 때문에 지주목 없이 버티기 힘든 곳"이라면서 "영양제를 주입한 수간 주사도 나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꽂아 회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되레 나무에 치명상을 입혔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도청의 상징적인 조형물인 '낙도의 탑' 앞에 나무를 심은 것 자체가 옥외 디자인 기본을 망각한 것"이라면서 "도청 내 다른 곳에 나무를 심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건만 도는 마땅히 나무 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었다.

도 회계과 관계자는 "나무 전문가를 불러 생육 상태 등 의견을 들었다"고 설명하면서 "향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정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향후 또 나무를 심을지 말지에 대해서는 지금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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