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표 안철수와 국민의당에 쏠려
홍 후보 "밑바닥 민심 다르다" 항변
한국당 지역 조직 마저 '흔들'

촛불민심 반영으로 지난 4·12 보궐선거에서 경남은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성향 무소속이 대거 당선됐다. 하지만, 경남은 여전히 '보수 표심'이 힘을 발휘하는 곳이다. 자칭 유일 보수우파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내세우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경남에 공을 들이는 까닭이다.

홍 후보는 18일 오후 창원 마산역 광장 유세에서 "경남에서 도지사 선거 때처럼 60% 이상 지지를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전직 경남도지사라는 프리미엄을 가진 홍 후보에게 쏠릴 것 같았던 경남 '보수 표심'이 오히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일단 홍 후보는 여론조사를 믿지 못한다고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여론조사 결과가 이러한 흐름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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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연합뉴스

지난 15~16일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여론조사에서 '만약 이번 대선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3명의 후보만 나온다면 어느 후보를 지지하겠느냐?'고 부산·경남지역 유권자에게 물었더니 문 후보 39.9%, 안 후보 35.9%, 홍 후보 19.3% 순으로 나왔다.

서울경제가 의뢰하고 ㈜한국리서치가 지난 15∼16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부산·울산·경남지역 지지 후보는 문 36.8% 안 33.7%, 홍 14.6% 순이었다.(인용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홍 후보는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의식한 듯 마산역 유세에서 안 후보와 차별화를 위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홍 후보는 "안 후보가 되면 대북정책을 정하는 사람은 박지원 대통령이 된다. 안 후보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다. 오락가락, 왔다갔다하는 이런 사람을 대통령 시킬 수 있나"라며 안 후보를 깎아내렸다.

이어 "여론조사, 그거 믿지 마라. 밑바닥 정서하고는 전혀 다른 거다. 대구·울산 등은 이미 밑바닥에 불이 붙었다"며 "언론도 기울어졌고, 여론 조사기관도 기울어졌다. 우리 편이 없다. 정말 힘들게 선거하고 있다. 유일한 수단은 밑바닥 민심과 페이스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미국 대선 때 언론 97%가 트럼프를 반대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트위터 하나로 97% 언론 반대를 돌파했다. 홍준표는 이번 대선에서 홍준표 페이스북 하나로 돌파해 보겠다"며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보수표를 모으려는 홍 후보 측에 불리한 움직임은 또 있다. 탄탄한 당세를 자랑하던 도내 한국당 내부에서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바른정당 창당으로 도내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이 줄줄이 탈당한 데 이어 18일에는 권민호 거제시장이 도내 한국당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처음으로 탈당하는 등 이반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18일 통합과 화합을 기치로 내건 국민의당 경남선대위에도 보수표를 흡수할 인물들로 채워졌다. 하선영 경남도의원 등 23명이 공동으로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 밖에도 홍 후보는 지지율이 아직 미미하지만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도 보수표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따라서 홍 후보 바람처럼 경남에서 보수 몰표를 기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진보·개혁 진영에서도 당선 가능성이 큰 쪽으로 표가 쏠리듯 현재 경남에서도 보수층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보수진영에서 후보 간 '합종연횡' 같은 변수가 남았지만, 현재까지는 보수표가 홍 후보보다는 안 후보 쪽으로 쏠리는 게 뚜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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