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회생 고비를 넘기고 있다. 17일 대우조선의 최대 채권자 국민연금기금은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 등이 제시한 채무조정안을 수용했고, 17·18일 총 7차례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통과됐다. 아직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초단기법정관리에 들어갈 뻔했던 대우조선으로서는 일단 회생의 실마리를 잡은 셈이다. 거제를 위시한 지역경제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물론 어떻게든 대우조선 정상화를 바라는 지역의 절박함과 달리, 다른 지역이나 전체 국민경제 시각에서는 대우조선 살리기를 회의적으로 볼 수도 있다. 금융권 빚만 21조 5500억 원 쌓아놓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냐는 비난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 국면에서 과연 대우조선이 빚을 상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손실을 일으킨 대우조선 문제에 관해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은 없다. 회생 고비를 넘긴다고 해서 당장 지역경제에 마냥 훈풍이 부는 것도 아니다. 기업이 정상화하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채권자들은 대우조선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이 뻔하고 그것은 곧 대우조선과 직간접적으로 얽힌 노동자들의 대량 실직이나 고용 불안을 의미할 것이다.

이번 채무조정안 수용을 통해 투자자들이 잘못된 투자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막게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우조선에 뼈를 깎는 자구책을 요구할 것이다. 대우조선 문제는 대우조선을 살린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고통을 감당하는 것 못지않게 투자자들을 속인 분식회계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투자자들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사실을 정말 몰랐는지, 이 과정에 정부의 입김이 없었는지, 회사가 망해가는데도 높은 보수를 챙긴 대우조선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그대로 놔둘 것인지 등에 대해 다시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

대우조선 유동성 위기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세계 굴지의 조선 기업이 허무하게 휘청거리며 나라경제를 위기로 모는 일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 대선 후보들에게 대우조선 위기의 해법을 묻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