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광포만 갯벌 주민간담회서 나온 말
개발하면 잘살 거라고 믿는 게 '환상'

"당신들 주장은 모두 환상이에요!" "환경보다 중요한 건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라니까요!" "갯벌은 다 죽었고, 썩었어요. 직접 가서 냄새 맡아 보면 코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니까요."

'광포만 생물 다양성과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해 마련한 주민 간담회'에서 나온 말들입니다. 광포만 갯벌을 매립해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분들 주장입니다. 외부에서 온 환경단체는 더는 지역 문제에 개입 말라는 경고까지 합니다.

광포만은 경남 사천시 곤양면과 서포면 사이에 있는 드넓은 갯벌입니다. 꼬불꼬불 자연 해안선이 그대로 살아 있고 산과 들이 강과 바다로 이어져 너른 갯벌을 만들어낸 곳입니다. 모래 갯벌도 있고, 펄 갯벌도 있고,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혼합 갯벌도 있습니다. 다양한 갯벌에는 아주 많은 생물이 살아갑니다. 칠게, 넓적콩게, 달랑게뿐만 아니라 멸종될 위기에 처한 갯게, 붉은발말똥게, 흰발농게도 서식하고 있습니다.

봄가을에는 게와 저서생물을 먹이로 하는 도요물떼새들이 찾아옵니다. 알락꼬리마도요, 마도요, 흰목물떼새, 중부리도요가 분주하게 먹이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청다리도요는 청아한 노랫소리로 광포만 갯벌이 살아 있음을 알려줍니다. 이동 시기에는 수천 마리 흑두루미도 볼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재두루미가 월동합니다. 혹부리오리가 갯벌 위에 가득할 때도 있습니다. 물수리는 나무 기둥에 앉아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합니다. 수많은 종류의 새들과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광포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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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사람들 시각은 '죽었다. 썩었다'만 반복합니다. 30여 년 전부터 해온 주장입니다. 반대로 갯벌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 시각에서 보면 광포만 갯벌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입니다. 강 상류에 만들어진 댐과 중간중간 막아 놓은 보 때문에 물길이 막혀 신음하는 4대 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태계의 건강성과 다양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론자의 시각으로 본 광포만은 매립하기 딱 좋은 곳으로만 여겨질 뿐입니다. 간단히 주변에 있는 산만 허물어 갯벌 위에 쏟아 부으면 그대로 산업단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지역 경제가 살고 북적북적 사람들이 붐비는 마을이 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수십 년째 땅값 상승 환상에 젖어 자기들 입에 감 떨어지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들 눈에는 수많은 새도, 저서 생물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뻔히 보이는데 애써 외면하는지도 모릅니다. 지역 주민 입장에서 보면 당장 먹고살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미래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말이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음은 이해합니다.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역대 최다인 15명의 대선 후보들이 너도나도 자신이 적임자라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대선 주자들 중 뭇생명의 소중함까지 헤아릴 줄 아는 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없어 보입니다. 아직도 온통 개발과 발전 논리에만 젖어 있는 듯합니다. 지역이 개발되고 경제가 발전해야 모든 일이 잘 해결될 수 있다는 그 '환상'이 바로 적폐의 출발점이란 사실은 직시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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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시장에 들러 서민들 위로(?)하며 국밥 먹는 대통령 후보도 좋습니다. 4차 산업혁명 토대 마련과 일자리 늘리기를 최우선 공약으로 제시하는 후보도 훌륭한 대통령감입니다. 하지만 가장 훌륭한 대통령은 자연과 환경 그리고 뭇 생명까지 사랑할 줄 아는 그런 대통령입니다. 과거보다는 현재를, 현재보다는 미래를 생각할 줄 아는 그런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환경도 안보도 생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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