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과 톡톡] 방태진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
올 2월 취임…경남 '어종 관리·바다 안전'인식 바꿀 것
독자적인 물동량 확보·찾아가는 해양교육 확대도 고민

방태진(55) 청장은 지난 2월 제39대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으로 취임했다.

미국 유학, 국제기구 FAO(유엔식량농업기구) 파견, 청와대 근무 등 화려한 이력이 눈에 띈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남 바다를 어떻게 가꾸고 싶은지 직접 계획을 들어봤다.

◇"경남 해양도시 만들기 좋은 조건" = 방 청장은 1993년 해양수산부에 입사해 20여 년 일했지만 지방청 근무는 처음이다. 주로 법과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하다 직접 현장을 둘러본 소감은 어떨까.

"아무리 잘 만든 정책이라도 현실성이 없으면 좋은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평소에도 법과 정책이 현장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관심이 컸다. 취임 이후 통영을 중심으로 둘러보고 있는데 과연 이 바다가 도민들 가슴속에 스며드는 공간인가 의문이 들었다. 도민이 바다를 가깝게 느낄 수 있게끔 할 정책을 찾고 있다."

그는 통영에서 본 죽방멸치를 예로 들며 어종관리 인식은 평생이 걸리더라도 바꿔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방태진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이 경남 해양 환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마산, 통영처럼 좋은 조건을 가진 바다에 물고기가 사라지고 있다. 물고기 먹이가 돼야 할 새우, 멸치를 사람이 다 먹어버리니 고기들이 먹을 게 없다. 미국은 물개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청어를 잡지 못하도록 했다. 어업수익보다 관광수입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방 청장은 해양자원 관리를 포함해 마산해수청 역할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나머지 두 가지는 수질관리와 공간관리다. 이 중 특히 공간관리를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간관리라는 개념이 생소한데 해양 중심 공간관리는 꼭 필요하다. 모나코처럼 유명한 해양도시를 가보면 해변에서 육지를 바라볼 때 풍경화나 수채화처럼 느껴진다. 부임 이후 경남을 둘러보니 오밀조밀한 리아스식 해안이 많아 아름다운 해양도시를 만들기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바다보다 산과 친했던 부산 사나이 = 방태진 청장은 본적이 서울이지만 부산에서 자랐다. 지금은 해양분야 전문가로 큰 그림을 그리는 그지만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바다와 특별한 추억이 없었다.

집안의 재수 압박을 피해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해양학과에 진학한 그는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뱉은 말에 책임지고자 고등학생 때 하지 못한 공부에 매진했다. 대학 졸업 후 전공과는 다른 공사(公社)에 취업했으나, 뒤늦게 배움의 재미에 빠져 주경야독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해양수산부에 입사한 방 청장은 '다 받아주는' 바다의 매력에 빠졌다. 유난히 기름유출 사고가 잦았던 초임 때 방 청장은 기름사고 전담반 국제법규 담당자로 낙점됐다.

이후 1995년 큰 바다사고 3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여수에서는 약 5000t 기름이 유출됐고, 통영에서는 사상 최악의 적조로 수백억 원 피해가 발생했다. 조개류 독소 위험을 처음 공식화한 것도 이때다. 방 청장은 최전방에서 수습을 맡았다.

이후 업무처리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해양 관련 법, 정책 업무를 담당하다 2001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워싱턴대 해양정책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한국에 돌아와 해양환경 입법작업과 공단설립을 완료하고 통상전문가에 입문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기구 FAO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2015년에는 한중 FTA 비준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올해의 공무원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고위직이라 자격이 안 된다고 해 수상은 못했다. 시험 운은 있는데 상복은 없나 보다.(웃음) 환경부 '자연환경보전법'에서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떼 오는 데 한 달가량 투쟁을 했다. 그 덕에 해수부가 갯벌보전 등 해양생태환경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꿈·희망 물려줄 수 있도록 만들 것" = 바다 정취를 가꾸는 일만큼이나 기존 항만산업 활성화도 중요하다. 그는 순수 물동량 확대를 강조했다.

"어떻게 하면 다른 곳으로 가는 물동량을 가져올 수 있을까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물동량을 늘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역 상공인들과 머리를 맞대 항만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러 협정으로 극동지역에 가공공단을 만들고, 그 물량을 유치하는 방법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바다인식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민 모두가 공감하고 동참할 때 지속 가능한 바다, 안전한 바다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기존 산업에 해양 자원을 활용한 첨단산업, 요트 산업 등을 접목, 업그레이드해 '찾고 싶은 바다'로 가꿔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해양 인식전환과 정책 방향, 안전문제 등 모든 주제는 교육으로 수렴했다.

"앞서 말한 어종 관리나 안전문제 등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지속적인 교육으로 어릴 때부터 바른 인식을 심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찾아가는 해양교실, 놀이를 통한 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끊임없이 교육과 처벌을 병행하면 조금씩 바뀔 것이다."

마지막으로 취임 두 달째에 접어든 방 청장에게 각오를 물었다.

"바다는 평소에 모든 것을 수용해주지만 한계에 다다르면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온다. 살아있는 바다, 지속가능성에 바탕을 둔 돈 되는 산업으로 키워 후손들이 꿈과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바다를 만드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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