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정치·경제·문화 등 거의 전 분야가 중앙집중형태를 띠고 있다. 이에 따른 수도권 과밀화, 지방 고사화 현상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사회구성원 간 조화로운 삶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따라서 다음 대통령이 이러한 중앙집권적 행태를 어느 정도 해소하고 지방분권을 실현할 것인가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지방에 더 많은 권한을 주어야 한다는 데는 주요 대선 후보들이 동의하고 있다. 지역 낙후와 소멸위기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보들 간 해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문재인 후보는 시·도지사 자치국무회의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홍준표 후보는 지방교부세의 법정률 인상,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정부사무 지방이양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방을 살리는 방안으로 모두 핵심적 사항들이므로 어떤 후보가 더 지방분권적 공약을 했는가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수도권과 격차가 격심해지고 있는 현실과 지방색을 잃어버린 원인을 고려한다면 시·도지사 자치국무회의와 정부사무 지방 이양 쪽이 더 현실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홍준표 후보의 지방교부세 법정률 인상은 정부사무가 지방에 이양되면 예산도 따라올 것이므로 공약의 무게가 떨어진다. 더욱이 홍 후보는 도지사 사퇴 때 지방정치를 심각하게 유린했기 때문에 지방분권 운운할 자격조차 없다.

지방분권이 실현될 수 있는가는 집권자와 국회가 얼마나 의지가 있는가에 달렸다. 그동안 지방분권의 필요성은 선거 때마다 주요한 이슈 중 하나였다. 그러나 중앙집권적 행태가 변화된 적은 없었다. 기득권 세력과 타협하고 권력 독점의 맛에 들려 공약사항마저 흐지부지 사멸되기 일쑤였다.

지방분권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다. 후보자들 중 누가 지방분권을 실현할 철학과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가졌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더 이상 말로만 변죽을 울려놓고 권력의 향기에 빠지는 행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지방은 진영논리와 지역감정 등 스스로 홀대를 하는 자가당착적 논리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반성하고 이번 대선이 지방의 권리를 찾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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