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보수 공략'
홍준표 '대구행', 안철수 전북 방문
유승민 '안보'·심상정 '노동'강조 행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구,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호남이었다.

제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 각 후보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이나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을 택해 지지를 호소했다.

오전 9시 대구 달서구 2·28 민주의거 기념탑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문재인 후보는 성서공단, 경북대학교를 들러 시민을 만났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후 홍준표 후보의 동선 또한 대구였다. 홍 후보는 서울 가락시장과 충남 아산 현충사를 거쳐 대구에 도착해 칠성시장과 동성로, 서문시장을 잇달아 방문했다.

17일 오전 창원 성산구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사이에서 출정식을 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주권 경남선대위

표면적으로는 '익숙한' 이유였다. 문 후보 측은 "그간 야당이 참으로 어려웠던 대구·경북에서조차 높은 지지를 받아서 전국적으로 지지받는 최초의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했다"고 했고, 홍 후보 측도 "첫날 대규모 대구 유세를 통해 보수 결집의 바람을 만들고 다음날 부산·울산 등으로 가 '홍준표 동남풍'을 일으켜 기세를 중부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속내는 물론 좀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의외의 복병(?)인 안철수 후보가 대구·경북 표심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15~16일 진행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안 후보는 이 지역에서 46.5%를 얻어 각각 17.7%·15.1%에 그친 문·홍 후보를 크게 앞섰다.

성산구 한서병원 앞 자유한국당 경남도당 선대위 출정식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문 후보로서는 영남을 중심으로 한 중도·보수층의 안 후보 쏠림을 저지해야 당선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홍 후보는 대역전극을 현실화하거나 최소한 대선 이후 보수정당 존립 근거를 위해서라도 대구·경북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반대로 호남을 공략해야만 하는 사정이 있다. 이날 0시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와 서해 5도 특별경비단 방문으로 하루를 시작한 안 후보는 광화문을 거쳐 오후 전북 전주와 광주 평동산단, 양동시장, 금남로를 찾아 표심 잡기에 주력했다.

안 후보 측은 "호남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기득권 양당구조를 깨뜨리고 다당제 초석을 만들어준 우리 당의 핵심 지역이다. 이곳에서 녹색 바람을 더욱 크게 불러일으키겠다"고 설명했지만 그뿐만일 수는 없다.

앞서 중앙일보 조사에서 호남에서 48.1%(문) 대 37.4%(안)로 밀리는 등 문 후보를 좀체 못 넘고 있는 안 후보인 까닭이다. 특히 호남은 표 응집력이 타 지역에 비해 상당하다는 점에서 반드시 우위를 보여야만 안 후보로서는 승산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최근 당내에서 '사퇴론'이 제기되는 등 악재가 겹겹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출정식을 겸한 유세에 나섰다. 유 후보 측은 "안보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동시에,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단숨에 전세를 뒤집고 대한민국을 탈환한 것처럼 대역전의 기적을 이루려는 각오로 장소를 정했다"고 밝혔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내세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날 0시 서울 지축철도차량기지 심야근무 노동자를 격려하는 것으로 대선 레이스를 출발했다.

심 후보는 여의도 유세에서 "아무 이유 없이 반값 취급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집과 직장을 전쟁같이 오가며 살고 있는 워킹맘, 고시원과 알바를 전전하며 사는 우리 청년 등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갖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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