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사퇴서 제출 시점이 법을 피해갔다고는 하나 그 탓에 보궐선거가 봉쇄됨으로써 빚어진 도민참정권 제한 행위는 타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 제기는 쉽게 포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온갖 핑곗거리를 갖다 붙여 논란을 합리화한다 해도 지방자치시대의 주민 기본권을 막아버린 의도된 정치적 술수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사퇴서에 담긴 공식적인 견해가 무엇이며 행정 전산망을 통해 도의회 의장에게 전달된 시점이 정확하게 몇 시인지 도민은 알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의회와 경남도는 공개할 수 없다고 오리발만 내밀고 있으니 무슨 배짱인지 알 수 없다.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도중하차하는 단체장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뽑아준 선거구민을 배반한 것과 같다. 그러므로 더욱 그 내용과 경위는 밝혀지는 것이 옳다. 그게 왜 비밀로 분류돼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도의회 의장이 함구하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의회는 주민 대의기구가 아닌가. 집행부의 수장이 이유가 어쨌든 사퇴하면 즉각 사유를 공개하고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은 상식이다. 단체장이 궐위된다면 당연히 의회는 보궐선거를 주도함으로써 주민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한데 도의장이 취한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 공민권에 대한 의회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생각은 않고 도가 준비한 대외비 족쇄에 스스로를 발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사정이 그와 같으니 홍 전 지사의 사퇴와 관련한 안갯속 의혹이 가시지를 않고 가뜩이나 취약한 도정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류순현 부지사가 설마 지사 권한대행이라는 감투욕에 사로잡혀 소위 회자하는 '사퇴 미스터리'의 주역이 되는 것을 자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런 의심을 받는 충분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는데 동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문직 공무원으로서 사실 그대로를 받아들여 내외에 알리고 공론화로 명분을 얻으면 그만인 것을 팔을 안으로 구부려 뭔가 정치적 셈법을 구사한 파행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는 말이다. 도의장과 류 권한대행이 문제의 중대성을 인식한 후 지금이라도 빗장을 풀어 시중의 궁금증에 답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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