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후한 말 상황과 현 시점 유사
게임과 다른 현실…군주 선택에 신중을

'군웅할거'란 많은 영웅들이 각각 한 지방에 웅거해 세력을 과시하며 서로 다투는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게임회사 코에이(KOEI)에서 만든 <삼국지> 시리즈를 해본 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단어다. 후한 말기, 황제 주변에서 십상시의 난이 일어나고, 전국적에서 민란이 일어났다. 혼란을 바로잡겠다며 각 지방에서 영웅들이 세력을 일으키고, 패권을 차지하려고 서로 전쟁을 했다. 게임에서도 시나리오 초반 모드로 '십상시의 난, 동탁의 폭정'과 '난세, 군웅할거'가 있다. 작년 가을 촛불집회가 열리고, 대통령이 파면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과 유사한 점이 참 많다.

최순실을 비롯한 국정농단 세력들이 구속되고, 그 정점에 있던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뒤 구속됐다. 게임 삼국지로 보자면 첫 번째 시나리오 모드 '십상시의 난, 동탁의 폭정'이 지난 상태다. 지금은 두 번째 시나리오 모드인 '난세, 군웅할거'로 볼 수 있다. 시리즈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군웅들은 대략 수십 명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삼국지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유명한 조조, 유비, 손권이다. 삼국지라는 제목도 위·촉·오, 이 세 나라의 패권다툼에서 온 이름이다. 군웅할거 시대에는 아직 손권이 등장하지 않고, 삼국지 내에서 손씨 가문의 첫 번째 영웅이었던 손견이 군웅으로 등장한다. 그 외에도 황제를 끼고 중앙 권력을 잡고 있던 동탁, 무력의 화신 여포, 화북의 맹주 원소 등이 있고, 북쪽 변방의 마등, 촉나라의 기반이 된 지역의 유장, 그리고 엄백호와 같은 마이너 캐릭터들이 있다.

삼국지 게임의 목표는 수십 개로 나누어진 지역을 자신이 선택한 군주로 통일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재를 모으고, 인재들에게 내정과 국방을 육성시켜야 한다. 군주를 비롯한 인재들은 저마다 능력의 특성이 다르다. 몇 가지의 능력 항목들이 있고, 각 항목의 수치가 다르다. 대표적인 능력 항목은 정치력, 무력, 지력, 매력이다.

정치력이 높으면 내정을 발전시키는 데 유리하다. 국가의 농업과 상업, 즉 경제력을 높이는데 적용된다. 무력과 지력은 전투를 할 때 중요한 항목이다. 무력만 높고 지력이 낮으면, 적의 계략에 쉽게 빠져 전투에서 패배하기 쉽다. 매력은 인재를 모으고, 백성의 민심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항목이다. 좋은 인재가 많아야 국가발전의 속도를 높일 수 있고, 민심이 낮으면 반란이 일어나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게임을 쉽게 하려면 조조, 유비, 손권 중에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조조는 정치력, 지력, 매력이 거의 최고 수준이고, 무력도 상당히 높다. 게다가 게임 초기부터 휘하의 인재들이 많다. 유비는 삼국지 게임 캐릭터 중 매력이 가장 많다. 그리고, 여포를 제외한 모든 장수 중에서 가장 무력이 센 관우, 장비, 조운 등이 있고, 지력이 가장 높은 제갈공명도 있다. 손권도 주유, 황개, 여몽, 육손 등 훌륭한 인재들이 많다. 삼국지 게임 유저들은 대부분 세 명의 군주를 선택한다.

그런데 아주 독특한 취향의 유저들이 있다. 게임을 쉽게 하기보다는 일부러 몹시 어려운 조건에서 시작해 통일을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군주가 엄백호다. 엄백호는 정치력, 무력, 지력, 매력 모든 항목이 최하수준이다. 국가의 내정을 키우기도 어렵고, 인재를 모으기도 어렵다. 자신이 혈연단신 전투에 나가도 백전백패다. 아직 엄백호로 군주를 선택해서 게임을 시작해봤다는 유저들은 봤지만, 통일까지 했다는 유저는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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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여러 후보가 있다. 원내 정당의 후보들로는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이 있고, 기타 여러 후보가 있다. 후보등록이 마무리됐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대통령 후보들의 중요한 능력 항목은 정치, 경제, 안보, 외교 등이다.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엄백호와 같은 후보를 선택한 셈이다. 현실은 게임과 다르다. 엄백호처럼 무능한 사람을 선택해 나라를 망치게 하면 안 된다. 최악과 차악이 아니라, 최선과 차선 중에서 선택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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