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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소백산맥 정기 받은 이곳, 수많은 삶 기대 살았다오

[경남의 산]여인의 치맛자락 같은 거제 산
두 산맥 맞닿은 곳 '계룡산' 피난처로 알려진 십승지
옥황상제 딸 놀았던 옥녀봉
바위 모양 수려한 산방산
남쪽에 솟아오른 노자산
가라산서 보는 바다 '일품'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7년 04월 14일 금요일

거제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섬이라지만 산세가 수려하고 들판이 넓다. 기후가 따뜻하고 물도 풍부해, 일찍부터 사람이 깃들어 살았다. 거제의 옛 이름은 상군(裳郡)이다. 신라 문무왕 17년(677년)부터 이렇게 불렀다. 치마 상(裳)자를 쓴다. 신라 이전 삼한시대에는 독로국(瀆盧國)이라 불렸는데, 두루기(도롱이)에서 유래한 말로 역시 치마와 비슷한 뜻이다. 이런 지명은 산세가 여인이 다소곳이 앉아 치마폭을 사린 모습에서 붙여진 것이다. 여인은 거제 중심에 우뚝 솟은 계룡산(鷄龍山·566m)이고, 치마폭은 동서남북으로 뻗은 산맥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동쪽에는 옥녀봉(玉女峰), 서쪽에는 산방산(山芳山), 남쪽에는 가라산(加羅山)과 노자산(老子山), 북쪽에는 대금산(大錦山·438m)이 큰 산을 형성하고 있다. 중앙과 동서남북에 중심 산을 갖췄으니 그야말로 음양오행을 실현한 산세다.

꽃봉오리 계룡산

육지에서 거제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크게 두 개다. 먼저 지리산에서 뻗은 소백산맥의 줄기가 고성 벽방산과 통영 제석봉을 지나 통영과 거제 사이 바다, 견내량(見乃梁)을 건너 거제로 들어선다. 시래산(始來山·264m)이 그 첫 봉우리인데, 이름 그대로 육지로부터 처음 이어진 산이란 뜻이다. 다른 한 줄기는 태백산맥에서 뻗어나온 줄기 중 하나가 창원시 진해구 천자봉에서 지금 거가대교가 지나는 가덕도, 저도, 이수도를 통해 바다를 건너 대금산을 이뤘다. 이 두 줄기가 거제를 휘돌아 가운데 피워낸 꽃이 계룡산이다.

계룡산 통신대봉에서 바라본 거제면 전경. 바다와 들판이 어우러진 풍경이 시원하다. /유은상 기자 yes@idomin.com

계룡산은 거제의 진산(鎭山·조선시대 국가가 지정한 그 고을을 수호하는 산)이다. 산 정상은 닭 머리를 닮았고, 산 끝 자락은 용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닭 계(鷄), 용 용(龍)자를 썼다. 계룡산 동북 방향은 거제시청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있는 고현(古縣)이다. 한자를 보면 옛 고을이란 뜻인데, 조선 숙종(1661~1720) 때까지만 해도 이 지역이 고을의 읍치(邑治·관아가 있던 고을의 중심지)였다. 이후 계룡산을 넘어 남서 방향, 거제면 동상리로 옮겨진다. 지금도 동상리에는 객사(치성관)와 질청 등 옛 관아 건물이 남아 있다. 계룡산 정상에서 북동 방향 고현지역 도심과 조선소, 남서 방향 거제면 너른 들판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거제 계룡산은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이 말한 십승지(十勝地) 중 한 곳으로 알려졌다. 나라에 난리가 나면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곳이다. 실제 한국전쟁 때 거제 주민 10만, 피난민 20만, 포로 17만이 계룡산 자락에서 목숨을 유지했는데, 정감록이 기록한 '계룡산하구백만'(鷄龍山下求百萬·계룡산에서 백만이 구제된다)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정상 아래쪽에는 절터가 하나 있는데, 신라시대 우리나라에 화엄종을 연 의상대사가 수도한 곳이라 해서 의상대(義湘臺)라 불린다. 정상에서 산 능선을 따라 여시바위가 있는 봉우리 아래에 이르면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를 감시하던 UN군 통신대 잔해가 있다. 대대적으로 가꿔진 거제시 고현동 포로수용소 유적공원과 비교해 쓸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만큼이나 전쟁 흔적을 있는 그대로 간직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계룡산 통신대.

용 꼬리와 돼지 산

옛사람들은 거제면에서 고현으로 가려고 계룡산을 넘었다. 그 고개가 고산재다. 고자산재라고도 불린다. 이름 유래와 관련해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어떤 할머니가 친정 가는 길에 이 고개를 오르는데 효성 지극한 아들이 손을 잡고 올랐다 해서 고자산(姑子山·어머니와 아들)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옛날, 이 고개를 넘는 남매가 있었는데, 갑자기 비를 만났다고 한다. 비에 젖은 누나의 몸을 보고 동생이 욕정이 생기자 괴로워하며 자신의 성기를 자르고 고자가 되었다 해서 고자산이라 부른다는 이야기다.

고산재를 경계로 남쪽이 선자산(扇子山·519m)이다. 산 전체가 부채 모양이라 한자 부채 선(扇)을 썼다. 계룡산과 바로 이어져 있어 산세를 구분하기 어렵다. 산 남쪽 자락에 거제에서 가장 큰 구천저수지가 있다. 앞서 계룡산 끝 자락이 용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용은 꼬리가 아홉 개 있는데, 계곡을 향해 뿌리를 박으며 구천계곡을 형성했다. 이를 구룡호(九龍湖)라 불렀는데, 구천저수지가 바로 그 후손인 셈이다.

계룡산에서 거제시청 방향 도심 건너로 보이는 산이 독봉산(獨峰山·335m)이다. 산이 돼지처럼 생겼다 해서 저산(猪山)이라고도 불렸다. 오랜 옛날 고현 바다에서 섬 하나가 둥둥 떠와 고현 들판 한가운데를 지나는데, 어떤 할머니가 이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르자 그 자리에 눌러 앉아버렸다는 전설이 있다. 2009년 '독봉산웰빙공원'이 생기며 시민 휴식처가 됐다.

계룡산에서 바라본 삼성중공업.

옥녀봉서 산방산까지

거제 섬 동쪽에는 옥녀봉(玉女峰·555m)이 가장 높이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옥황상제의 딸인 옥녀가 이 산 약수터에서 목욕을 하고 사슴과 놀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사실 옥녀봉은 아주 흔한 이름이다. 거제에도 같은 이름이 4곳이나 있다. 하지만 거제시 일운면과 아주동 사이에 있는 옥녀봉은 거제의 동악(東岳)으로 불리는 명산이다. 옛 지도에서는 옥산망(玉山望)이나 옥림산(玉林山)으로 표시됐다. 산 정상에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훤히 보인다. 옥녀봉과 이어지며 조선소를 둘러싼 산이 국사봉(國士峰·465m)이다. 나란히 솟은 봉우리 두 개가 있는데, 그 모습이 신하가 임금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거제 서쪽을 대표하는 산은 둔덕면에 있는 산방산(山芳山·507m)이다. 산 정상에 솟은 바위 봉우리 세 개 모양이 한자 뫼 산(山)자를 닮아 산방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또 붓 통에 붓이 꽂혀 있는 모습이라고 해 필봉(筆峰), 봉우리가 세 개라 삼봉산(三峰山)이라고도 한다. 현지 주민 중에는 더러 사람 옆 얼굴을 닮았다고 하는 이도 있다. 바위 모양 자체가 수려해 거제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명산이다. 산방산에서 서쪽 바다 방향으로 건너편에 있는 산이 우두봉이다. 이곳에 둔덕기성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거제를 기성현(岐城縣)이라 했는데, 읍치가 이곳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거제 풍경을 이르는 기성팔경(岐城八景)에서 거제를 달리 부르는 기성이란 명칭이 여기로부터 비롯된 듯하다. 서쪽에서도 북쪽 끝머리에 망치산(望峙山·362m)이 있다. 창원, 통영, 부산까지 시야가 트인 곳이다. 망치산 아래 사등성이 있는데, 조선 초기까지 거제 읍치가 있던 곳이다.

최고봉의 최고 전망

거제 섬의 남쪽은 노자산과 가라산 연봉이 중심을 이룬다. 노자산(老子山·557m)은 계룡산에서 이어진 줄기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으로 예로부터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산이었나 보다. 이 산에 불로초가 있다는 전설이 있었는데, 그래서 늙을 노(老) 자를 써 노자산이란 이름을 얻었다. 울창한 동백나무 숲이 있는데, 이곳은 무지개색 깃털을 지닌 팔색조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동백숲과 팔색조 서식지는 천연기념물 233호로 지정돼 있다. 노자산에는 자작나무와 박달나무도 많이 자란다. 고려시대 이곳 나무를 강화도로 실어가 팔만대장경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노자산 능선은 남쪽으로 뻗어 가라산(加羅山·586m)으로 이어진다. 거제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산 아래서 보면 두 산의 경계를 알 수 없을 만큼 하나로 붙어 있다. 남쪽 끝 가장 높은 산인 만큼 바다 전망이 뛰어나다. 특히 남해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일출과 낙조를 모두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거제 섬의 남쪽 끝은 망산(望山·375m)이다. 거제에도 망산이 여러 곳 있지만 이곳 전망이 가장 좋다고 한다. 정상에 발달한 기암괴석이 볼 만한데 이를 홍포만물상(虹浦萬物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망산이 홍포마을 뒤에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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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뮤지컬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