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기간으로 평가되는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체제가 들어섰다. 다음 지사 선출 때까지 1년 2개월이나 남았으니 도민이 원하든 원치않든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 부지사가 권한을 대신해 행사하는 자치단체로 격하됐다. 전임 홍준표 지사 사퇴와 관련해 마지막 3분의 잔여시한이 적절하게 처리됐는지 여부 등 확인이 필요한 측면이 있고 권한대행을 맡은 류순현 행정부지사가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등 법인격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태를 맞았지만 그건 차후에 규명될 후사일 뿐이고 어차피 배는 떠났다. 꼼수 사퇴로 주민 참정권을 봉쇄해버린 홍 전 지사의 몰염치와 후안무치를 마냥 비난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대행체제의 도정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그것이 당면과제다.

류순현 대행이 고려해야 할 가장 소중한 도정 덕목은 차별화로 자리매김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미 숙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홍 전 지사의 대도민 이미지는 불통과 독단이 아니었던가.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사물을 재단하는 성향이 강해 지금까지 중요 도정 시책을 펼 때마다 집단민원을 일으켜왔음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정치적 호불호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진영논리, 다시 말해 걸핏하면 좌파 공격의 기치를 높여 갈등과 분열 양상을 조장한 것도 지역에 남긴 좋지 못한 유산의 하나다. 모두 씻어내야 할 폐단이다. 차별화는 거기서부터 찾아야 한다. 대행이기는 하지만 직권은 정식 도지사와 크게 차이 없다. 반목과 불신 풍조에 주눅이 든 도민 정서를 보듬어주고 통합의 개념을 접목시켜주는 일이 급하다.

전임 지사의 일방향 행정 스타일에 길든 습관을 이어받아 반복학습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러자면 인권과 공익이 개재되는 업무 분야에선 현상유지보다 약간은 적극적인 개선점을 제시하는 것을 주저치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솔직해질 것을 권한다. 지사 사퇴 전후 과정에서 보인 모호한 태도는 그 점에 대해 의아심을 갖게 한다. 앞으로 짧지 않은 기간에 그런 일이 빈발한다면 떨어진 신뢰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며 주민 위화감은 풀리지 않을 것이다. 확실하고도 분명한 민주적 행정정체성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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