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불합리에 속 끓는 일 겪어
사순절, 마음 엇갈린 이 위해 기도를

말도 안 되게 억울한 일, 말할수록 화가 끓어오르는 일, 진짜 정말 불합리한 일을 당해 보셨습니까? 한두 번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하고 속을 끓여 보신 적 있을 것입니다.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제가 당하고 싶지 않다고 당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내 역량을 넘어서는 나쁜 일, 억울한, 분에 찬 일(며칠 전 경남 도지사 보궐선거를 꼼수로 없애버린 그런 일처럼 말입니다)은 일어납니다.

역사를 뒤적이다 보면 이런 억울하거나 불합리한 일들이 많이 보입니다. 저에게 역사에서 한가지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자렛 출신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라고 하겠습니다. 사람을 만든 신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그 사람이 죽였다니, 얼마나 불합리합니까?!

2000여 년 전 금요일 오후 3시에 제 믿음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것을 기억하는 성금요일입니다. 그리고 사흘 만인 일요일 새벽에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기에, 일요일을 주님께서 죽음과 싸워 승리하신 날이라 하여 주님의 날 '주일'이라고 부릅니다.

이제 부처님 오신 날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을 따르든, 하느님을 따르든 어떤 종교이든 존중되어야 하고, 종교적 신념은 지켜지도록 보호하여야 합니다.

종교 예식 행위나 믿음의 대상이 다르더라도 인류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종교심이 있습니다. 자신을 스스로 자제하고 수양하여 완전한 삶에 이르러 타인의 삶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중요한 믿음은 부활에 대한 신앙입니다. 죽음에서 승리한다는 것. 죽음을 넘어선다는 것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입니다.

천주교는 부활에 이르기 위해 40일 전부터 준비를 합니다. 이것을 사순절이라 하고, 이 시기에는 절제와 봉사를 통하여 스스로를 돌아보고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사순시기 동안 절제하여 모은 물질(돈)은 어려운 이웃에게 돌려주도록 합니다. 또한 이 시기에 드리는 기도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들보다, 마음이 서로 엇갈린 사람이나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지향을 두도록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태해지고 마모되는 믿음을 새롭게 키웁니다. 이것은 흡사 수도자가 거친 광야에서 홀로 고독과 맞서며 하느님을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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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롭고 번화한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신앙인들이 잠시라도 광야의 부족함과 고독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부활절이 그리스도교 신앙인들만의 축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넘어서는 그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것은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마음 저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근본 질문입니다.

"나는 죽은 후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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