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으론 버거운 결혼 공감
결혼 앞둔 친구가 겪은 실상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친구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우리는 모였다. 그중 단연 기뻐하는 친구는 바로 나였다. 내가 이 친구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러주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소중한 친구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내 곁에서 나를 도와주었던 친구다. 서울로 언론 공부를 하러 갔을 때, 집을 구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때 이 친구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방 한쪽을 내어주며 함께 살자고 했다. 나는 아직도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어찌나 고맙던지…. 그래서 나는 소중한 친구 리스트에 이 친구의 이름을 맨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이 친구가 2주 후 결혼을 한다.

처음 결혼식 축가를 부탁받았을 때가 떠올랐다. 처음 친구의 예비신랑을 만났을 때의 노래방. 나는 이 친구를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었던 찰나였고 기쁘게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뒤로부터 필사적으로 노래를 연습했다. 친구의 예비신랑이 선정한 곡을 부르게 되었기에 그 곡을 수십 번, 수백 번 불렀다. 그리고 지금은 눈을 감고도 부를 수 있다.

결혼을 앞둔 친구를 만났을 때, 감회가 새로웠다. 내 나이 스물여섯. 아직 '결혼'이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와닿지 않기 때문이었다. 친구에게 물었다. '결혼 준비는 잘돼가?' 나는 정말이지 행복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나에게 돌아왔다.

"하…현실이지 뭐. 나도 이렇게 현실이 힘들 줄 몰랐네. 집, 혼수, 웨딩촬영, 결혼식장 등등 어찌나 돈 들어가는 곳이 많던지…부모님 손을 안 빌릴 수가 없더라. 아니 거의 부모님께서 해주셨어. 너무 죄송스러워서 혼자 울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나는 놀랐다.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릴 줄 알았던 친구의 눈에서 안타까운 눈물이 흘렀다. 수많은 힘든 시간을 혼자서 견뎌왔던 친구는 나에게 지금까지 일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들은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혼수에서부터 결혼식까지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둘만의 사랑으로 되지 않는 일들이 태반이었다.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집을 빼고도 거의 몇천만 원이 최소 필요했다. 거기다 집을 장만하려고 또다시 몇천만 원 이상이 필요했다.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얼마나 더 열심히 일해야 결혼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나도 덜컥 겁이 났다.

친구의 경우만 해도 부모님 도움이 거의 90% 이상이었다. "예비신랑과 오랫동안 연애했고, 서로 많이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싶었어. 그래서 결혼을 결심하고 준비했는데, 사랑만으로 되지는 않더라. 행복하긴 한데, 막막하기도 했어." 이게 현실인 거다. 열심히 준비하고 모아도 결혼이라는 큰 행사를 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혼, 현실이기에 더욱 멀고도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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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와 함께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현실을 공감했다. 그리고 행복과 좌절을 한 번에 느꼈다. 친구가 대단해 보였다. 그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며 더욱 성숙해진 것 같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지만 현실을 진심으로 마주하기에는 아직 벅차다. 하지만 우리는 마주해야 하며,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현실 속에서 우리만의 선택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지는 반드시 우리에게 행복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줄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현실은 희망이다. 희망은 행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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