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SBS대선 후보 토론회 열려
홍 후보 "좌파, 노무현, 호남2중대" 등 이념공세…꼼수 사퇴 등 역공당해

[홍준표] "민간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문 후보를 비롯한 좌파 정치인들이 반기업 정서를 만들어 기업들이 해외에 나갔기 때문이다."

[문재인] "국정농단 사태를 봐라. 재벌들로부터 돈 받아내고, 이런 것이 반 기업이지 재벌 건강하게 하라는 것이 반 기업인가."

[홍준표] "노무현 정부 때 돈 받았죠?"

[문재인] "차떼기 정당에 비하겠나. 그 당 대표도 하셨잖아요."

실전은 달랐다. 홍준표 후보가 대선 출마 당시 공언한 '문재인 10분 만에 제압' 장담은 대선주자 첫 TV토론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홍 후보 특유의 색깔론 공격도 각 주자들의 '역 비판' 앞에서 맥을 못 췄다.

[문재인] "(홍 후보는) 뼛속까지 서민이라고 하신 점은 저와 같다. 같은 흙수저 처지에 왜 내가 (보수후보들의) 주적인가."

[홍준표] "(문 후보는) 친북 좌파라서 그렇다. 국가 안보가 이렇게 위태로운데 당선되면 김정은 정권에 제일 먼저 찾아 간다고 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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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와 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 후보는 13일 대선주자 첫 TV토론인 SBS-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 토론 내내 각 상대 주자에게 맹비난을 퍼부었다. 문재인 후보에게 '친북좌파'라는 딱지를 붙이는가 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향해서는 '호남 2중대'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는 "정치적·정책적·인간적 배신"을 했다고 몰아세웠다. 그는 심지어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이어지는 비판에 "대통령 될 리가 없으니 그런 꿈을 꾸셔도 된다"며 심 후보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문재인 "남 탓 하지 마라"

상대 주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문 후보는 홍 후보에게 "조선 사업이 무너지면서 경남 지역 경제가 초토화됐다"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구조조정 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안보 불안을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탓으로 돌리는 홍 후보에게 "안보 위기를 말씀하시는데, 지금까지 10년을 통치한 정권과 정당이 그 앞의 정권 탓, 남 탓을 하느냐"라며 "그게 대통령이 되려는 자세인가. 깊이 반성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가 "대통령이 될 리 없다"고 단정한 심 후보도 "홍 후보 같은 분 때문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태롭고, 헌정질서 유린과 국정농단이 계속되는 것"이라면서 "국민들도 (홍 후보의) 그런 정책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심 후보는 특히 "대통령이 되면 제 1목표로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를 응징한다고 했는데, 때려잡을 생각이냐?"라고 물은 뒤 "헌법 파괴 정당다운 발상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후보는 이에 "한국을 살리기 위해서다. 이미 경남에서 한 번 붙어 봤다"면서 "마음대로 주장하라"고 일축했다.

유 후보는 자신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는 홍 후보에게 "'살인마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 안 한다'고 했는데, 정말 놀랐다"면서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는 분이 정말 제가 배신자라고 생각하시나?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을 배신했다고 했다. 제가 정책적 강남좌파라고 했는데,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왜 재벌 편만 드시나"라고 반격했다.

[안철수] "홍 후보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시겠나, 아니면 지지자들의 대통령이 되시겠나."

[홍준표] "국민의 대통령이 되는 게 맞다."

[안철수] "그런데 지금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고 계신다."

[홍준표] "거꾸로 묻겠다. 안 후보는 우파인가 좌파인가."

[안철수] "나는 상식파다."

안 후보에게도 홍 후보의 공격이 이어졌다. 홍 후보는 "지금 보면 민주당은 호남 1중대, 국민의당은 호남 2중대인데, 선거가 끝나면 이미 합당하는 것 아니냐"며 당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안 후보는 이에 "제가 반대로 묻고 싶다"면서 "박 전 대통령은 150석을 가지고도 제대로 된 법을 통과시켰나? 협치를 했나? 대통령은 협치가 가능한지, 편 가르기를 하지 않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이어 "국민의당은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당"이라고 재차 비난하며 "나중에 합당하게 되면 어쩌겠나"라고 되물었다. 안 후보는 "그럴 일 없다"면서 "지난 총선 때 이미 (국민의당의) 돌파력을 보여드렸다"고 반박했다.

홍준표 "나는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 심상정 "세탁기 고장났나"

각 대선주자들이 역으로 홍 후보를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비판을 가장한 우스갯소리가 눈에 띄었다.

유 후보는 홍 후보가 토론회 초반 '한국 사회를 세탁기에 넣겠다'고 주장한 것에 "제 생각에는 홍 후보도 세탁기에 넣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성완종 리스트' 사건 연루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홍 후보의 법리적 약점을 끄집어냈다. 홍 후보는 이에 "(저는) 이미 (세탁기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며 끝난 문제임을 강조했다.

[심상정] "홍 후보님, 세탁기에 들어갔다가 나왔다고 했는데, 그 세탁기 고장난 것 아니냐."

[홍준표] "삼성 세탁기다."

심 후보도 홍 후보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심 후보는 특히 홍 후보가 지난 10일 경남도지사직 사퇴 당시 보궐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사퇴 시한을 미루는 등 '꼼수 사퇴' 논란에 오른 것을 지적했다.

그는 "도지사를 하면서 피의자로 재판 받았다면 도민에게 석고대죄하고 사퇴했어야하는데, 꼼수로 사퇴해서 도민의 참정권을 막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이어 "양심이 있어야할 것 아니냐. 최소한의 염치가 있어야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 후보는 "국회의원(으로 나온 후보들)도 사퇴를 해라"면서 "그건 꼼수가 아니냐, 나만 등록하기 전 사퇴 해야 하나"라고 주장했다. 심 후보는 이에 "아마 (홍 후보의 주장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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