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전통적 보수 민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5.9 조기대선의 '전초전'이었던 12일 재·보궐선거에서 TK(대구·경북) 표심은 '친박(친박근혜)'를 택했고, 안보 이슈에 민감한 경기 포천 민심 역시 자유한국당을 선택했다.

전국 유일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인 경북 상주·의성·군위·청송에서는 '친박' 핵심 인사인 김재원 한국당 후보가 당선됐다. 김 후보는 득표율 47.52%로 성윤환 무소속 후보(28.72%)를 크게 앞섰다. TK에서의 '이변'을 노린 김영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7.58%, 김진욱 바른정당 후보는 5.22%의 득표율을 보였다.

이번 4.12 재·보선에서는 김 후보의 운명이 최대 관심사였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TK 민심의 흐름을 확인할 '바로미터'였기 때문이다. 특히 TK는 한국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었으나,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홍준표 한국당 후보가 야권인 안철수 국민의당·문재인 민주당 후보보다 낮게 나와 보수진영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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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시행한 경북 상주·의성·군위·청송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경북 상주시 서문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그러나 야권을 대표해 출마한 김영태 민주당 후보는 지난 20대 총선 때(22.34%)보다도 표를 얻지 못했다. 개혁적 보수를 내건 바른정당 역시 고전했다. 한국당은 김 후보의 승리를 발판으로 TK 민심 재결집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이 강세를 보이는 경기 포천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김종천 한국당 후보가 득표율 33.8%로 최호열 민주당 후보(23.7%)를 꺾고 승리했다. 포천은 역대 선거에서 한국당 후보가 5번 시장에 당선된 여권 강세지역이다. 한국당과 주도권 경쟁 중인 바른정당의 정종근 후보는 15.76%로 3위를 기록했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그동안 언론을 통해 나타난 외형상의 민심은 한국당을 외면하는 듯 보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침묵했던 유권자의 선택은 달랐다"라며 "한국당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대선 승리의 희망을 보았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PK는 '선전' 호남은 '부진'

수도권 민심의 '풍향계'로 꼽혀온 경기 하남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오수봉 민주당 후보가 37.8%를 얻어 윤재군 한국당 후보(28.2%)를 누르고 당선됐다. 하남은 6번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5번 당선된 지역인만큼 여전히 야권이 강세를 보인 것이다. 최근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급상승으로 주목받은 유형욱 국민의당 후보(27.5%)는 3위였다.

충북 괴산군수 보선에서는 나용찬 무소속 후보 38.46%로 송인헌 한국당 후보(30.93%)를 꺾고 당선됐다.

호남에서 실시된 광역·기초의원 보선에서는 국민의당이 총 5곳 가운데 3곳에서 승리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은 총 4곳(광역 1곳, 기초 3곳)에 후보를 냈지만, 기초 1곳(전남 순천)에서만 당선됐다.

PK(부산·경남)에서는 민주당이 광역·기초의원 10곳 가운데 5곳을 획득했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한국당이 10곳 중 9곳을 휩쓴 곳이다. 문재인 후보의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김성훈 민주당 후보가 46.16%로 곽종포 한국당 후보를 이겼다. 경남 김해와 거제 기초의원 2곳에서도 민주당이 선전했다.

문 후보 쪽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압도적인 국민의 승리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불리한 선거구도와 낮은 지지율 등 어려운 여건에서 이룬 뜻깊은 결과"라며 "이번 선거의 의미를 가슴에 깊이 새기며 더욱 심기일전해 문 후보를 중심으로 국민의 지지를 더욱 호소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중앙선대위의 김유정 대변인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치른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의당은 값진 승리를 이뤄냈다"며 "더욱 잘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뜨거운 기대와 요구를 무거운 책임감으로 가슴깊이 새기고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당을 나와 지난 1월 창당한 바른정당은 총 12곳(국회의원 1곳, 기초단체장 2곳, 광역·기초의원 9곳)에 후보를 냈지만, 기초의원 2곳(충남 천안, 경남 창녕)에서 당선되는 데 그쳤다.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실시된 이번 재·보선은 국회의원 1곳(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기초단체장 3곳(경기 하남시, 포천시, 충북 괴산군), 광역의원 7곳(경기, 대구, 전남·북, 경남), 기초의원 19곳(부산, 대구, 충남, 전남·북, 경남·북) 등 총 30곳에서 치러졌다.

/오마이뉴스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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