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입 즐거워하는 어르신 보면 보람"
29년간 이장 맡은 '터줏대감'
매해 계절관광·온천여행 주도
주민 식도락 즐기며 '힐링'

7년 전쯤, 마을 황 씨 할머니가 온천을 다녀오다 김 이장의 등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이장아, 니가 동네에서 젤 효자다."

마을 어르신들이 단체로 1개월에 한 번 가는 온천은 김윤식(82) 이장이 취임 첫해부터 정성을 쏟았다. 심신을 온천에 뉜 주민 중에 "왔으니 좀 먹고 가자"고 했던 말이 시발이 돼 29년이 지난 지금에는 온천과 음식이 합쳐진 흥미로운 마을 식도락 여행이 됐다.

김 이장은 통영의 한적한 농촌마을을 맛깔나게 한 주인공이다.

젊은 날 20년을 뱃사람으로 살다 고향인 통영시 도산면 상촌마을로 돌아왔다. 귀향 후 2년 뒤부터 29년을 내리 이장직을 맡아 지금에 이르렀다.

김해 김씨인 그의 가문은 7대조 이후 상촌에 정착했고 김 이장은 6남매를 슬하에 뒀다.

29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통영 도산면 상촌마을 김윤식 이장. /허동정 기자

그는 "욕심을 버려야 하고, 주민을 먼저 생각하고 이장수당은 마을을 위해 써야 한다"는 이장 철학 3가지를 말하는 사람이다.

"얼마 전 마을에 세 번째 아스콘 공사를 하러 온 인부들이 '상촌마을에 회식하러 왔다'고 해요. 커피도 주고 라면도 주고 치킨도 주니까 좋아들 해요."

대접받은 인부들은 일 처리를 그렇게 야물게 해 주고 떠났다.

1년에 봄·여름·가을 3번 계절 관광을 떠나는 것도 김 이장의 작품이다. 여행 전 김 이장은 자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협찬금을 받는데, 대부분 흔쾌히 응했다.

이렇게 30년을 함께 여행했는지라 요즘은 "가볼 데는 다 봤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갑시다"며 전국 방방곡곡, 좋은 데는 죄다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전남 완도에서 생복회와 삶은 복을 먹은 한 할머니는 "내 머리털 나고 이리 맛있는 건 처음"이란 말도 계절여행에서 한 말이다.

상촌마을은 60여 가구에 150명 정도가 살고 젊은이는 4~5명 정도다.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김 이장은 매일 4~5회를 마을을 돌고 공과금 납부며 갖은 일을 맡거나 안부를 묻고 근황을 전한다.

도산면 도덕산 아래 있는 상촌마을은 벼농사가 많고 고구마 줄기 농사로 유명하다. 농로가 중요했는데 그는 거의 20년을 농로 포장에 매진하면서 고생도 많았다.

"나중에 욕봤다는 소릴 들으면 됩니다. 손가락질은 안 받아야지요. 그게 이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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