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한계 인정하자는 현실론 고개
군의회 역할론 지적 목소리 새겨들어야

요즘 거창군청은 무거운 분위기가 짓누르고 있다. 지난 6일 법무부를 방문했던 양동인 군수가 거창구치소 이전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거창군이 제시한 대체지 2곳이 인문환경 측면에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고, 사회기반시설이 열악하고 주민의 찬반 민원이 발생할 뿐 아니라 현 성산마을에 비해 예산부담이 과중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대체지 이전에 대한 군의회와 군민의 사전동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거창구치소 이전이 불가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이 같은 통보에 양 군수는 곧장 '학교앞 교도소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해 중산마을 법조타운 추진위원회·시민사회단체·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 그 자리에서 양 군수는 법무부 방침에도 구치소 이전 의지는 변함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기관끼리 한 약속으로 법무부를 믿었는데 시간만 끌다가 민심과 어긋난 결정을 한 것은 군이 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7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법무부를 성토하고 가칭 '구치소부지이전위원회'를 구성해 구치소 강남 이전과 구치소를 중심으로 법원·검찰청·경찰서·보호관찰소 등이 위치하는 '신 행정타운'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거창군은 법무부 주장에 대해 성산마을 주변은 학교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대체지보다 사생활 침해를 받는 주민이 훨씬 많고 진입도로도 좁아 기반시설비가 200억 원 정도 소요되는 데 비해 중산마을은 50억 원 정도로 오히려 150억 정도가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주민 찬반 민원에 대해서도 현 성산마을 유치 서명부는 거짓서명, 공청회 미개최 등 논란으로 4년째 반대투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군의회 동의 여부도 대체 터로 이전한다는 전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 등 법무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군청 공무원들은 물론 군민의 실망감에도 지역 일각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로 현실론이다. 지난 3년여 동안 군이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모두 동원했으나 결국 법무부 태도를 바꾸는 데 실패했으며 지역사회 피로도가 한계에 왔다는 것이다. 군수도 할 만큼 했고,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도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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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권한과 재정을 틀어쥔 중앙정부의 논리를 넘어설 수 없는 지방자치 현주소이자 기초자치단체의 한계라는 점에서 이제는 받아들이자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거창군과 법무부가 어떤 방향이든 결론을 내고 그동안 쌓인 에너지를 미래 거창을 일구는 데 쏟아 부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다 군의회의 역할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군의 행보와 법무부 움직임을 눈여겨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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