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찬 윌리엄스사 수석연구원 '낮은 이해도'지적
"엔지니어 양성…정부, 투자자 모집 등 노력해야"

국내 해양플랜트산업 발전 방향을 두고 전혀 새로운 시각이 제시됐다. 이를 제시한 이는 미국에서 해양플랜트를 직접 운영·대여하는 회사 수석연구원이라서 신뢰성이 더 높았다.

박영찬 윌리엄스(Williams)사 수석연구원은 12일 오후 1시부터 경남테크노파크 과학기술진흥센터 2층 국제회의실에서 경남도의회 지역경제연구회와 경남테크노파크가 공동 주관한 '경남 해양플랜트 기자재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세미나'에서 'Offshore(해양) 프로젝트와 플랫폼(해양플랜트) 시장 현황', '해양플랜트 사업화를 위한 기술 연구 방향과 정책 제언'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특강을 했다.

월리엄스사는 미국에서 17∼20%에 이르는 지역에 파이프라인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멕시코만 앞바다에서 해양 플랫폼(해양플랜트) 20여 기를 직접 운영하거나 대여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박영찬 미국 윌리엄스(Williams)사 수석연구원이 12일 '경남 해양플랜트 기자재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세미나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이시우 기자

◇"한국, 트럭 만들던 업체가 푸드 트럭 만드는 실정" = 박 연구원은 "버스와 트럭을 만들던 회사가 푸드 트럭을 만드는 게 현재 한국 해양플랜트 제조사 현실이자 인식"이라며 "푸드 트럭은 트럭이 아닌 이동식 식당이다. 인증도 산업부가 아닌 식약처 인증을 받아야 하고, 식재료 보관 공간과 더 빨리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주방 시설 등이 훨씬 중요한데, 버스와 트럭은 더 빠르고 고출력을 내는 게 중요해 시작점이 다르다"는 비유로 국내 해양플랜트산업 현실을 설명했다.

◇설계 능력 충분, 산업 이해는 절대 부족 = 그는 한국 해양플랜트산업의 핵심 과제로 손꼽히는 FEED(Front End Engineering Design)와 기본설계 능력 구축, 기자재 국산화를 두고 전혀 다른 시각으로 얘기했다. 그는 "해양플랜트 설계 능력이 없어 문제라는 말은 맞지 않다. 한국의 설계 기술력은 뛰어나다. 다만, 해양플랜트 사양을 결정할 발주자·투자자 위치가 아닌 건조만 하는 위치에 있는 데다가 해양 산업 이해도가 너무 낮은 게 문제다. 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정광식 도의원도 깜짝 놀라 다시 한 번 묻자 박 연구원은 "내가 대우조선해양에서 9년 넘게 일하다가 미국으로 가서 일하고 있다. 미국의 해양산업 관련 최고 수준 대학과 한국대학 조선해양학과에서 배우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해양플랜트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산업이 아니라 프로젝트 수행 산업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프로젝트마다 발주자(주로 메이저 오일사나 에너지 공기업)가 뭘 가장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야 하고 가장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발주자에게 최적의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파이낸싱 단계 참여 등 다른 지원책 고민해야" = 박 연구원은 정부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해양산업은 돈 놓고 돈 먹는 산업이다. 해양기자재는 안전성과 기존 사용 경험치가 더 중요해 각 기관 인증을 받아도 발주사가 안 쓰면 그만이다. 건조 중심으로만 생각하면 기자재산업 발전은 쉽지 않다. 하지만, 발주사들도 프로젝트 파이낸싱(투자자 모집)을 많이 하는 만큼 한국정부와 국책은행, 혹은 시중은행이 발주사의 해양 프로젝트에 지분 참여를 하면 한국 해양플랜트와 기자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파이낸싱은 국내 대형 조선 3사에 맡기기 어렵다. 결국, 정부가 해양플랜트산업을 성장시키려면 기존 정책을 되짚어보고 파이낸싱 단계 참여를 확대하는 등 전혀 다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덧붙여 "미국 멕시코만 유전에서 가까운 곳(모건시, 후마시 등)에 부품 공급 물류창고를 지어 상시 공급 체계를 마련하는 등 기자재업체의 인식 전환과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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