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퇴임식을 마치고 떠나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를 향해 시민단체가 소금 뿌리는 행위극을 연출하자, 홍 전 지사는 “가는 날까지 저래. 좌파들이”라며 웃었다. 가는 날까지 말썽을 부린 건 남 말하기 좋아하는 홍 전 지사를 빼놓을 수 없다. 소속 정당 대선 후보로 뽑히고도 열흘이 지나 사퇴하는 등 선거법 맹점을 악용한 꼼수를 부림으로써 보궐선거를 막은 일은, 그가 행정가가 아니라 정치 모사꾼임을 보여준다. 홍 전 지사가 대선 패배 이후 자신이 돌아올 안전판을 마련하려고 보궐선거를 막았다면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시민단체들의 소금 뿌리기 퍼포먼스는 홍 전 지사에게 다음 지방선거에 3번째 도전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경고의 뜻이자 홍준표 도정에 대한 민심의 평가가 일정하게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민선 6기 월간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조사에서 홍 전 지사는 전국 17개 시·도지사 중 2015년 5월 17위, 2016년 6월 15위, 2017년 2월 12위를 기록하는 등 재선 이후 줄곧 꼴찌 수준을 맴돌았다. ‘채무제로’ 달성, 청렴도 우수 지자체 선정, 국가산단 승인 등을 치적으로 내세우는 홍 전 지사로서는 야속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의 두 가지는 성과보다 과실 측면이 크다. 재임 기간 채무를 줄인 것은 진주의료원 폐업·무상급식 중단·각종 기금 폐지 등 꼭 필요한 복지 비용을 희생하거나 사회적 갈등을 극단적으로 키움으로써 이룬 것이었다. ‘청렴’에 관해서도, 그 자신이 ‘성완종 리스트’로 기소돼 재판 중인 점을 고려하면 치적으로 삼는 게 낯 뜨거운 일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과실은 업무 추진 방식의 일방성과 독단성,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좌파로 모는 색깔론을 통해 편 가르기와 갈등을 조장했다는 점이다. 불통과 극단으로 치달았던 홍준표 도정에 민심은 이미 지쳤다. 탈 홍준표 도정의 숙제가 무겁다.

오늘은 4·12재보궐선거를 치르는 날이다. 대선 정국에 묻혀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지역 일꾼을 뽑는 행위는 대통령 선거 못지않게 중요하다. 대선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풍향계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도 이번 재보선은 의미가 크다. 특히 비보수정당 후보들이 대거 출마한 경남의 선택이 눈길을 끈다. 지방자치를 훼방 놓고 떠난 사람을 교훈 삼아 유권자들의 바른 선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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