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동계가 적폐청산의 화두를 제시했다. 노동계의 이런 요구는 결코 단순한 집단이익의 추구가 아니라 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인 경제적 전제 조건의 충족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노사 간에 체결된 각종 협약의 무력화, 양극화 현상의 심화,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증가 현상들을 구체적인 노동적폐로 지목했다. 노조가 아무리 발버둥치면서 노력해도 노조 조직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임금과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게다가 노조에 대한 이데올로기적인 날 선 공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 노조는 귀족노조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마치 대기업 노조가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앞세워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수탈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 아니냐는 투의 주장이 어느새 통용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전교조를 법외노조화하고 공무원 노조의 설립 신고를 반려했다. 합법적 노조활동에 대해 업무방해를 적용하거나 손배·가압류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노조활동을 반대하고 백안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그동안 정치권이 앞장서 오지 않았느냐는 노동계의 주장이 결코 과하지 않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드러난 권력과 재벌의 검은 유착관계만 분명하게 확인됐다. 구시대적인 정경유착은 어쩌면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친기업적인 경제정책이 가져온 부산물로 볼 수도 있다. 왜냐면, 기업들의 이윤추구에 필요한 저임금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시장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조치조차 없는 마당에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말 그대로 현실을 무시하는 청맹과니에 불과하다.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청년 세대들이 살아갈 수 있는 자리와 조건부터 만드는 게 순서이다. 이제는 정치권이 척박한 노동 현실을 부정하기보다 고치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하고, 그것이 대선 과제로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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