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유적 유물 탐방] (7)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테논
해발 156m 언덕 위 '디오니소스 극장'등 찬란했던 옛 문화 비춰
서구문명 상징 건축물 '파르테논 신전'전쟁 아픔·그리스 몰락 남아

우리는 지금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아크로폴리스로 가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곳입니다.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어로 '높은 곳에 있는 도시' 정도가 되겠습니다. '도시국가'라고도 번역됩니다.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도시국가마다 다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몇 군데 남지 않았지만요.

아크로폴리스는 원래 방어용 군사기지로 쓰였답니다. 평소에는 왕족이나 귀족만 거주하다가 적군이 쳐들어오면 성벽으로 둘러싼 아크로폴리스로 모두 들어와 싸운 거지요. 조선시대 읍성이나 산성과 비슷합니다. 그러다 점차 그 자체가 도시의 중심이 됐고, 수호신을 숭배할 신전도 건설됩니다. 아테네에 있는 아크로폴리스는 개중에서도 가장 크고 위엄이 있었다고 합니다. 해발 156m짜리 거대한 석회석 바위 언덕에 여러 신전이 있습니다. 중심에 우뚝 선 파르테논이 핵심 건물입니다. 이걸 지으면서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 세계가 멸망하게 됩니다.

서양 문명의 상징, 파르테논.
파르테논 신전 내부 복원 상상도.

◇2000년 동안 음악이 끊이지 않는 음악당

이제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완만한 경사의 언덕을 오릅니다. 언덕 주변은 온통 올리브 나무로 가득합니다. 입구가 보일 즈음 오른편으로 헤로메스 아티쿠스 극장이 나타납니다. 극장보다는 음악당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네요. 무려 서기 161년에 지어진 것입니다. 헤로메스 아티쿠스라는 대부호가 죽은 아내를 기리고자 만들어 아테네 시민들에게 기증했지요. 그러면서 조건을 하나 달았습니다.

'죽은 아내를 위해 여기서 음악이 멈추지 않게 해달라.' 낭만적이죠?

놀랍게도 이 조건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음악회가 자주 열리거든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이 여기서 공연을 하고 싶어 한다네요. 그런데 허가가 잘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성악가 조수미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전 이곳 공연을 계속 신청했는데, 7년 동안 애를 써도 허가를 못 받았답니다.

서기 161년 지은 헤로메스 아티쿠스 극장. 지금도 음악회가 열린다.

그러다 결국 다른 유명 성악가와 공동 공연으로 성사를 했고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생애 마지막 공연을 했고, 나나 무스쿠리가 은퇴 공연을 한 곳이기도 합니다. 원래는 지붕이 있었는데, 17세기 전쟁으로 파괴된 후 지금은 노천극장이 됐습니다. 지붕이 있을 적에는 음향장치 없어도 모든 관객에게 음악이 잘 들렸는데 이제는 마이크를 써야 한다는군요.

언덕 저쪽 편으로 좀 돌아가면 5세기에 지어진 디오니소스 극장도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당시 뛰어난 극작가들이 지은 연극을 공연했답니다. 연극 경연대회도 열렸던, 세계 최초 극장이지요. 이게 인기를 끄니 그리스 곳곳에 비슷한 극장들이 생겼는데요. 노천극장이다 보니 햇빛을 가리려고 주랑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스토아(stoa)라고 부릅니다. 이곳에 모여 연극도 보고 토론도 하고 그랬답니다. 당시에는 새로운 유행이었겠지요. 그리스 스토아 학파가 이렇게 형성됩니다. 사람들이 모이니 상점이 생겼겠고요. 그래서 상점을 뜻하는 영어 스토어(store)도 여기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아티쿠스 극장.

◇그리스 시대 끝을 알린 파르테논 신전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가는 정문을 프로필라에(propylaea)라 부릅니다. 위용과 기능은 거대한 사찰에 있는 일주문과 비슷합니다. 이곳을 지나면서 마음을 신성하고 깨끗하게 정화했다지요. 독일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이 이곳을 모방했답니다. 프로필라에 왼편으로 거대한 기둥이 있는데 원래 15m짜리 청동상이 있었답니다. 로마 시대에 없어졌고요. 그리스는 일 년 300일 해가 쨍쨍한 나라니, 고대에는 햇빛에 반짝이는 이 동상이 등대 노릇을 했답니다. 오른편으로는 전쟁의 여신 니케(나이키) 신전이 있습니다. 고대 아테네인들이 전쟁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와서 빌던 곳입니다.

입구를 지나니 정면으로 파르테논 신전이 압도적인 모습을 드러냅니다. 높이가 약 11m인 기둥 46개가 만든 장관입니다. 전체 건물은 길이가 약 67m, 폭이 약 30m입니다. 마라톤 평원 전투(BC 490년경)에서 아테네가 이끄는 그리스 '델로스 동맹' 군대가 페르시아를 이긴 기념으로 만든 겁니다. 승전 기념물인 거죠. 그리스와 페르시아가 벌인 두 번째 큰 전쟁이었습니다. 첫 번째 전쟁에서는 그리스가 졌었지요.

이때 새로 지은 파르테논은 사실 세 번째 건물입니다. 아주 오랜 옛날 이곳에는 아테네 사람들이 지은 '처녀들의 집'이 있었습니다. 그리스어 '파르테나'가 처녀란 뜻이고요. 그러니 '처녀들의 신전'이란 뜻이겠네요. 지혜, 전쟁, 기술, 직물 등을 관장하는 아테나 여신이 본격적으로 아테네의 수호신이 되면서 아테나 여신을 위한 신전을 만듭니다. 이게 두 번째 파르테논입니다. 이 신전을 첫 번째 전쟁에서 이긴 페르시아인들이 파괴해버리죠. 그리고 두 번째 전쟁에서 이긴 그리스 연합군의 리더 아테네가 다시 세 번째 파르테논을 짓습니다.

하지만, 이 세 번째 파르테논은 그리스 시대가 끝나는 불씨가 됩니다. 당시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페르시아에 맞서고자 델로스 동맹을 맺고 있었는데요. 아테네는 이 동맹의 공용 자금으로 파르테논을 지었던 거죠. 공금 사유화는 이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는데, 이 신전 건설로 불만이 폭발했지요. 특히 불만이 많던 스파르타가 펠로폰네소스 동맹을 만들고, 30년간 델로스 동맹과 전쟁을 벌이게 됩니다. 결국, 스파르타가 이기긴 하지만 전체 그리스 세계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출입문 프로필라에.

중세 이후에도 파르테논은 고난이 이어집니다. 1453년 동로마제국이 오스만 튀르크에 점령당하며 중세시대가 끝납니다. 이슬람교도였던 터키인들은 파르테논을 이슬람 사원으로 씁니다. 1687년 당시 그리스 지역을 점령하며 세력을 키우던 베네치아 공화국 군대가 아테네를 포위합니다. 튀르크 군은 아크로폴리스로 피난하고 파르테논 신전을 탄약고로 쓰죠. 그리고 그해 9월 26일 베네치아 군이 신전을 향해 대포를 쏩니다. 그중 1발이 지붕에 명중, 순식간에 지붕과 벽 등 건물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당시 부서진 건물 잔해를 영국의 수집가 토마스 엘긴이 영국으로 가져갑니다. 하여, 파르테논의 핵심은 현재 대영박물관에 진열돼 있습니다. 파르테논은 지금도 복구공사가 한창입니다. 폐허로 남긴 했지만, 현대 서구문명을 상징하는 대표 건물로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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