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수천억 쏟아붓고 물량 없어 허덕
환경문제로 시민단체 반발에도
해수부 항만 개발 밀어붙여
예상물동량 확보 못해 취지 무색
컨테이너 아닌 '잡화 부두'전락

용두사미. 마산 가포신항 사업을 이렇게 표현해도 되겠다. 거창하게 시작했던 컨테이너 전용 부두 건설 계획은 어느 순간 '거의 잡화 부두'로 바뀌었다. 애초 목적 실현은커녕 운영 자체도 벅찬 게 지금 가포신항이다. 이와 함께 가포신항 건설 부대사업 격으로 시작한 창원 해양신도시 사업도 본래 취지를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시작단계에서 지금까지 가포신항은 지역민에게 걱정거리였다. 경남도민일보는 10여 년간 가포신항 사업의 불합리에 대해 보도했다. 하지만, 사업은 컨테이너 부두를 중심으로 하는 지난 2000년 해양수산부 고시 내용 그대로 진행됐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추진 과정을 되짚어 본다. 누군가는 이에 대해 책임 있는 대답을 해주길 기대한다.

◇장밋빛으로 시작한 마산항개발사업

전국항만기본계획이란 게 있다. 항만법 제5조 1항을 보면 해양수산부장관이 '항만의 개발을 촉진하고 항만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항만기본계획을 10년 단위로 수립해야 한다'고 돼 있다. 중장기 육성 방향과 개발계획을 포함하는 항만 관련 최상위 국가계획이다. 지난 1995년 세운 제1차 전국항만기본계획(기간 1992~2001년)에 '마산항개발사업(1-1단계)' 이름으로 가포신항이 처음 등장한다.

1990년대 중반 중국 환적 물동량이 급증하며 우리나라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증한다. 지난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으로 중국 환적화물을 처리하던 고베항이 2년간 폐쇄된 것도 한몫 거들었다. 지난 1991~2000년 사이 환적 물동량은 연평균 37.36%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힘입어 컨테이너 항만 물동량도 연평균 14.2%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물동량 예측은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했고, 정부는 항만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광양항, 부산신항, 평택·당진항 건설이 3대 국책사업으로 진행됐고, 인천 북항, 보령신항, 새만금신항, 목포신외항, 울산신항, 포항영일신항 6개 항이 1990년대 중반 차례로 착공했다.

이런 중에 마산항도 예상 물동량 증가세와 컨테이너 대형화에 따른 항만 현대화 필요성, 매립으로 도시 용지를 확보하려는 마산시 도시개발계획이 맞아떨어져 신항 건설이 시작된다. 지난 2000년 11월 27일 당시 해양수산부가 고시 제2000-76호를 발표하며 마산 가포신항이 공식적인 진행절차에 오른다. 이 시기 부산항 환적 컨테이너 물동량은 폭발적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2001년에는 전년 대비 138.9%라는 경이적인 증가율을 나타냈다. 해수부는 이를 토대로 마산항 컨테이너 부두 건설 필요성을 더욱 확신한 듯하다. 2000년 12월 개설된 마산항과 러시아(보스토치니)항로 역시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지난 2004년 해수부와 가포신항 민자사업자인 마산아이포트(주)가 실시협약을 맺고, 2005년 12월 공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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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포신항 전경. 지난달 초 컨테이너 크레인 2기 중 1기가 철거되면서 현재 1기만 남았다./이서후 기자

◇사업을 중단할 기회는 없었을까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이 상하이 양산 심수항을 개항하며 중국 쪽 물동량을 흡수해 2005년 이후 우리나라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격하게 줄기 시작한다. 실제 마산항도 지난 2004년 컨테이너 물동량이 6만 2000TEU로 정점을 찍은 후 2005년 5만 6000TEU, 2006년 3만 3000TEU, 2007년 2만 9000TEU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2006년 개장한 부산신항은 마산항으로 물량을 넘기기는커녕 자기 선석 채우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이미 해수부가 추진한 3대 국책사업과 6개 신항이 차차 개장하면서 전국적으로 컨테이너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여기에 기대가 컸던 마산항과 러시아 간 항로가 가격 부담을 이유로 2006년 폐쇄된다. 상식적으로 가포신항은 개장부터 위기에 처할 모양새였다. 애초 환경문제로 가포신항과 해양신도시 건설에 비판적이었던 시민단체도 이 즈음부터 가포신항 물동량 예측의 오류를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마산항 개발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2004년 경남대와 마산상공회의소는 '마산항 활성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때 노상환 경남대 교수가 4가지 방안 중 하나로 가포지구에 신항이 아닌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자는 의견을 냈다. 또 이찬원 경남대 교수는 신항 개발은 설득력이 없으니 차라리 기존 항만 시설을 정비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마산시 갑 이주영 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통해 가포신항만 취소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후 시민단체는 꾸준히 가포신항을 산업용지로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라는 전제가 사라졌지만, 이미 공사가 제법 진행되어버렸으므로 돌이킬 수 없다고 했다. 3000억 넘는 돈이 들어갔기에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컨테이너가 아니어도 물동량 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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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동량은 늘었지만…

물동량을 확보한다는 말은 어찌 보면 틀리지 않았다. 실제 가포신항 물동량은 개항 첫해인 2015년 209만 346t에서 지난해 281만 5230t으로 72만 4884t 늘었다. 심지어 컨테이너 처리량도 8868TEU에서 1만 6332TEU로 7464TEU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마산항 4부두 물동량을 어느 정도 끌어온 결과다. 같은 기간 4부두 물동량은 337만 3655t에서 290만 1724t으로 47만 1931t 줄었다. 이 중 컨테이너 물동량은 4288TEU에서 29TEU로 줄어 거의 사라졌다고 할 만하다.

결국, 기존 마산항 물동량을 가포신항이 나눠 가진 셈인데, 창원물생명시민연대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꼬시락 제 살 뜯기'라고 비판한 부분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매달 발행하는 <항만과 산업> 2012년 7월호에 실린 연구보고서는 마산항에서 철재, 기계류 물동량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니 부피와 중량이 큰 화물은 4, 5부두에서 처리하고 마창대교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농수산물, 목재, 소형 차량은 3부두와 가포신항에서 처리하자고 제안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해양수산, 해운항만 분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2014년 5월호에 실린 보고서에는 한 발 더 나아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마창대교 통행료 감면하고, 하역료를 보조하는 방법도 고려하라고 제안한다. 장기적으로는 두산중공업 등 대형 플랜트와 기계류는 물동량이 늘 것으로 보이므로 가포신항을 플랜트 전용 부두로 추진하는 것도 생각하라고 권한다.

이후 가포신항 운영은 이 연구보고서 내용과 거의 비슷하게 추진됐다. 지난 2014년 10월 마산아이포트, 현대산업개발 등 사업자와 경남도, 창원시 등 관계기관이 참여한 '마산 가포신항 개장 및 활성화를 위한 TF 회의'에서 아이포트는 마창대교 통행료 면제 또는 감면을 경남도에 건의했다. 또 지난 2015년 4월 마산아이포트, 한국지엠, 팬스타그룹은 항만 활성화를 위해 투자 협약을 맺고, 그동안 부산신항과 마산항 제4부두를 이용하던 자동차 물량 전체를 가포신항으로 옮겼다.

[참고문헌]

<국토해양분야 발전경험 모듈화 - 한국의 항만 개발 정책>(국토연구원 조진철 연구위원 외, 국토해양부, 2012)

<마산항 1-1단계 사업 현황 및 운영방안>(최건우, 항만과 산업 2014년 5월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수요예측센터)

<마산항 주요쟁점사항과 대응방안>(최건우, 항만과 산업 2012년 7월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수요예측센터)

<마산항 활성화를 위한 현안문제와 대응방안>(박병주, 경남발전연구원, 2012.)

<마산항의 물류환경변화와 향후 발전방안>(심상동·조종주, 지역산업연구 제35권 제1회,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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