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일인 줄 알았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1승 4패로 졌을 때도, 2020년까지 경남지역 일자리 1만 개가 없어진다는 리포트를 봤을 때도. 지난 1월부터 짧게나마 경남 상장사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루는 한 기업 최근 실적을 알아보고자 관련 기사를 검색했다. 기사를 쭉 읽어내려가다 마지막 줄 기자 바이라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붙은 문장이 눈에 띄었다. '이 기사는 로봇 기자가 쓴 기사입니다.'

로봇이 스포츠 경기 결과 등 단신을 쓴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기업의 최근 수주 상황과 주가 등락을 연결해 풀어놓은 꽤 긴 기사를 보니 당황스러웠다. 동시에 4차 산업혁명으로 사라질 직업 상위에 '기자'가 괜히 오른 게 아니구나 싶었다.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 콘퍼런스에 다녀왔다.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가 '학습한 지식은 쓸모없어질 것이다. 인간만이 가진 고유 능력을 키워야 한다'였다. 그렇다. 제아무리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이 있는 기자라 해도 기사를 0.1초 만에 써내는 로봇 기자와 겨룰 수 없다. 디지털화가 본격 진행되면 많은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예측이 나온다. 1차 산업혁명 당시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위기감이 극도에 달했지만, 기계화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발휘할 새 일자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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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게 콘퍼런스 요지였다. 급속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이들을 보호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졌다고 실패자가 아니듯, 기존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실패자가 되는 건 아니다. 삼디냐 스리디냐는 논쟁보다 눈앞에 닥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정책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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