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편의 외면·현실 무시 현장들
이용자 입장에서 대중교통 관리를

버스를 이용하다 보면 공무원들이 시내버스를 타보고 대중교통 정책을 시행·관리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러가지 잘못된 것들이 무시되고 방치된 모습을 볼 때다. 작은 일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것 하나하나가 대중교통 이용을 불편하게 만든다.

창원시와 교통안전공단은 지난달 '버스가 멈춘 뒤 일어나기' 캠페인에 나섰다. 승객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캠페인이다. 이에 홍보 스티커가 버스 좌석 옆과 문 등에 많이 붙어 있다. 그런데 하차문에 보면 또 다른 스티커가 아직 남아 있다. '무료 환승을 위해 단말기 체크를 하실 승객은 차량 문이 열리기 전에 미리 체크해 주세요!'라고 적힌 커다란 스티커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버스는 정류소에 서면 바로 문이 열린다. 차량이 선 후 자리에서 일어난다면 문이 열리기 전에 무슨 수로 단말기 체크를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내용이 충돌하는 두 가지 스티커가 나란히 붙어 있다. 무엇보다 느리게 하차하는 승객에게 시간에 쫓긴 운전기사가 눈치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은 어떡할 텐가. 요즘도 조금만 지체하면 차량문이 닫히기 일쑤다.

잘못된 버스 노선표가 수개월째 방치된 정류장도 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고속버스터미널 주변 시내버스 정류장에는 몇 개월째 잘못된 노선표가 붙어 있다. 위치적인 특성상 지역 시내버스 노선이나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객이 많다 보니 종종 잘못된 노선표를 믿고 올 리 없는 버스를 30분 이상 기다리는 사람을 보곤 한다.

정류장 버스 노선표에 중간 경유지가 전부 표기되지 않고 버스 번호만 적혀 있거나, 기종점과 주요경유지 3곳만 표기된 곳도 제법 있다. 낯선 곳에서는 버스가 올 때마다 운전기사에게 물어봐야 한다. 시민 편의는 외면한 표지판이다. 버스정보시스템이 고장났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없는 정류장도 있다.

회사 인근에 마산야구장이 있다. 주말, NC다이노스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주변 교통이 엉망이 되곤 한다. 올해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야구장 공사로 마산구장 주차면적이 38% 줄었기 때문이다. 창원시와 NC구단은 관중들의 대중교통 이용이 가장 나은 해법이라며 시내버스 이용 할인 제도를 강화했다.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아이 손잡고 먹을 것 싸들고 짐을 많이 들고 가는 모습을 보면, 또 바로 옆 정류장을 경유하는 버스가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효과가 마냥 클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평소 시내버스를 자주 이용하던 시민이라면 모를까, 승용차에 익숙한 사람은 선뜻 시내버스 탈 생각을 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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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는 시민들에게 꽤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 수 있는 버스정보시스템과 환승 제도 등은 시내버스 이용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이용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보다 일상적으로 버스를 이용하는 데 도움 되지 않을까. 책상에 앉아서 볼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답은 현장에 있다. 무정차 통과 등 불편이 현장에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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