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하되 간섭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
대선 후 한국 문화행정 바뀔 수 있을까

"낙하산을 내려보내도 영어는 돼야 하는데…."

노무현 정권 때, '아리랑 TV'가 뉴스에 시끄러웠다. 아리랑TV 사장이 문화관광부에 사퇴서를 낸 뒤 몇 달 후에 사석에서 만나 사직 이유를 물었다.

방송 및 국제교류 사업으로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올바른 이해를 높이고 문화교류를 통해 한국을 알리고자 만든 외국어 종합편성 채널이니 임직원이라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80년대 최루탄 내음 가득하던 대학 교정에서 부조리한 현실에 저항했던 세대라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안타까웠다.

박근혜 정부 출범 때,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국정 기조로 잡아 기대가 컸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다 보니 토건 위주의 문제적 국가 정책들이 창조적 인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줄 알았다. 그런데 미술에서 한류를 주도하는 국제 경쟁력 있는 예술가에게 세금폭탄부터 선물(?)했다는 소식을 듣고 권력의 민낯과 품격을 알아보고 기대를 접었다.

국정농단과 탄핵 정국으로 장미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 예술인, 예술경영인, 문화기획자들도 대통령 선거와 정치 현안에 관심이 높다. 술잔이나 찻잔을 앞에 두고 앉으면 종편 출연 정치평론가들보다 더 촌철살인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문재인이 죄인이다. 만약 외연 확장력이 높았던 안철수로 단일화했었다면 이명박 정권에 지친 민심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야…."

"보수 정권 10년 동안 굶주렸던 진보 쪽 생계형 정치인들과 완장 찬 문화예술인들이 굶주린 이리떼처럼 달려들 것이다. 진정한 아티스트들은 조직을 만들거나 권력 주변을 어슬렁거리지도 않지. 문예 창작에 몰두, 천착하기에도 바쁜데…."

"뮤지컬 <맘마미아> 작가 캐서린 존슨, <해리포터> 시리즈로 부와 명성을 거머쥔 조앤 롤링도 기초생활 정부보조금과 복지 혜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성공신화가 존재해. 청년 예술가들에게도 실패를 두려워 않고 도전, 열정과 상상력에 희망의 날개를 다는 '꿈 지원제도'가 절실하지…."

용꿈을 꾸는 대통령 후보들은 여론조사 등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저잣거리에서 들리는 국민 걱정과 육성에 진정성 있는 해답과 국정 철학을 공약하는 게 유권자의 적극적 투표참여로 청와대행 간택을 받을 것이다.

아버지 잘 둔 덕분에 대통령이 된 여자의 부끄러운 역사적 퇴장이 슬프다. 연극이 끝난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으려는 여배우에게서 타산지석을 삼아야 하는데, 정치적 친구 잘 둬 대선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대통령 후보를 보는 사내는 웃프다.

혼용무도의 시대에 검투사가 아이돌처럼 인기스타로 대접받던 시절을 읽었다. 강성한 로마제국이 칼이 아니라 수사학(웅변)과 금력으로 대중들을 선동,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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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2천 년 전의 권력자들 행태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평화로운 촛불집회로 역사적인 무혈 명예혁명을 이룬 위대한 국민의 선택과 결론을 믿는다.

영국 예술행정가 존 피크가 말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 코리아에서는 '지원하되 간섭도 한다'와 '지원도 안 하고 간섭만 한다'로 한국적 문화행정으로 변질한 참담함과 문화 분야를 승리의 전리품으로 취급해 냉소적 공동체로 만드는 문화마인드와 리더십이 이번 5월 대선으로 종식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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