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 박사, 하동군 제안 '바다화 해결책'에 공감
생태계 파괴 우려에 "대상지역 선정 시 신중해야"
섬진강 바다화 대책을 놓고 경남 하동군과 전남 광양시·구례군이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오래전부터 바다화 심각성을 파악한 하동군은 단기 대책의 하나로 섬진강 부유 쓰레기와 퇴적토 8만㎥를 제거하는 사업을 전남 두 시군에 제안했다. 하지만 광양시와 구례군은 하동군 대책이 오히려 섬진강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생태 전문가는 하동군 대책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했다. 섬진강 생태를 장기간 연구해 온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해양생물기반연구본부장이자 전 대통령자문지속가능발전위 하구역연구팀 위원인 한동욱(49·사진) 박사는 사업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사업 추진에 따른 역효과도 발생할 수 있기에 신중하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사업을 추진하기 이전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야 하고 시범적으로 사업 추진 후 그 결과에 따라 사업을 확대하는 방법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한 박사는 바다화의 가장 적절한 대책으로 섬진강 상류 담수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강조했다.
사실 하동군은 이 대책을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정부는 계속 무시했다.
다음은 한 박사와 메일로 인터뷰한 내용이다.
-하동군 섬진강 바다화 대책은 적절한 사업인가?
"수변부에 쓰레기 등 토사가 급속히 퇴적돼 육지화되고 있거나 하동습지생태계가 파괴돼 재첩 등이 서식하지 못하는 일부 구간은 퇴적된 토사를 제거하고 원래 모래 습지로 개선이 필요하다."
-적절한 사업 추진 방식은?
"재첩과 같은 특정 종의 서식지를 개선하려면 우선 개선이 필요한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토사와 쓰레기를 제거하고 종패를 이식해 생산성을 모니터링한 후 그 결과에 따라 늘려나가는 방법이 타당하다. 다만, 적절하지 않은 구간을 선택해 모래를 과다하게 준설하거나 필요 이상 하도 습지를 교란하지 않으려면 대상 사업지 선정 시 생태계 전문가 의견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광양시는 하동군 대책이 오히려 하천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퇴적토를 준설한다면 유입되는 담수량과 유속이 증가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반대로 밀물 시 해수 유입량이 증가할 수 있어 해수 피해가 증가할 수 있다. 또 유속이 빨라지면 하류에 급속한 퇴적이 일어날 수 있고 준설 시 부유물로 하구지역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수 있다."
-구례군도 수달 서식지가 파괴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하동군 대책을 반대하고 있다.
"수달은 섬진강 중상류와 하류까지 광범위하게 출현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면 수달개체군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준설 공사 후 수변이 안정되면 수달 서식처가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생태계가 개선된다면 어류 생산성 변동에 따라 수달 서식처 개선의 가능성도 있다."
-섬진강 바다화에 따른 가장 적절한 대책은 무엇인가?
"섬진강 상류나 지류로부터 유입되는 담수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갈수기에 재첩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방류 수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수량관리도 필요하다. 특히 섬진강 물 이용과 관련해 자치단체 간 이해가 충돌하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책임 있는 의사결정기구가 필요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이와 유사한 하구역 갈등을 없애고자 의사결정기구인 '하구역관리위원회'를 두고 생태계 파괴를 견제하고 있다. 따라서 '(가칭)섬진강하구역관리위원회' 같은 통합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구 설치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