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기자가 만난 농협 조합장] (17) 사천용현농협 신재균 조합장
벼 직파재배·콩 농사·건빵 메주 도입 '농민소득 안정화'이바지
두부 공장 등 변화 앞장 …로컬푸드 매장 매출 10억 바라보기도

신재균(60) 조합장은 도내 140명 농협 조합장 중 8명에 불과한 '4선' 타이틀을 달고 있다. 2002년 제11대 사천 용현농협 조합장으로 취임해 15년째 일하는 중이다. 사천 대표 농작물은 쌀이지만 가격 하락과 노령화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신 조합장은 '좀 더 농민들이 편안할 수는 없을까', '조금만 더 소득을 올릴 수는 없을까'를 늘 고민했고 말보다는 행동이 빨랐다.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지역화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4선 비결을 묻자 신 조합장은 "세상살이에 무슨 비결이 있습니까?"라고 반문하지만 짧은 인터뷰에서도 비결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마음에 따라 머리와 몸이 늘 바삐 움직이는 것이다.

◇혁신 능력을 인정받다 = 사천시 용현면은 시청을 비롯해 여러 관공서가 주변에 있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농촌형 농협에서 도시화로 가고 있다. 바다가 주는 소득이 커 육지 농산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육지에서는 주로 벼농사를 지었다. 바다 소득이 줄면서 육지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신 조합장이 중심이 된 토마토 재배가 빛을 발했다.

사천용현농협 신재균 조합장. 신 조합장은 "농민이 어려워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선점하는 게 농협 역할"이라 말한다. /박일호 기자 iris15@

"농사 경험 한번 없이 농사를 제대로 짓고자 하는 마음에 농업대를 갔어요. 벼가 아닌 하우스 재배에 관심이 많았고 국화, 고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실패를 반복됐습니다. 후회할 틈도 없이 무언가 계속 연구하고 시도한 것이 토마토 재배였어요. 67농가를 모아 작목반을 구성해 공동 출하했어요. 당시에는 드문 1·2월 토마토를 재배했고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면서 명품토마토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소득 증대는 말할 것도 없었죠."

'신바람 5배 행복농촌 만들기' 공약으로 이어져 2002년 제11대 사천용현농협 조합장으로 취임했다. 신 조합장의 혁신은 계속됐다. 지역 특성상 좁은 면적에서 최대 소득을 올릴 방안을 꾀해야 했다.

"토마토 농사를 지도하다 조합장이 되었지만 토마토를 재배하지 않는 사람, 즉 벼농사를 짓는 다수 조합원을 위해 농협이 해야 할 일이 뭘까 고민했고, 취임하자마자 벼 직파재배를 도입했습니다. 모 심는 것만 없애도 중간 경비를 줄이고 고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50~60년간 하던 기존 방법이 아닌 새로운 것을 남보다 앞서 받아들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신 조합장이 농민들을 이해시키는 데 10년 이상이 걸렸고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도 직파재배를 많이 한다.

"편하고 수확량 차이가 확연한데 남이 하지 않는 걸 할 때의 불안함을 극복하지 못한 농민들이 많았어요. 10% 정도밖에 참여하질 않았어요. 그러는 사이 쌀값은 계속 떨어지고, 경지 면적은 일정한데 농민들 소득은 계속 떨어졌어요. 이를 극복하려 도입한 게 콩 농사입니다. 이게 대박입니다."

◇'도전은 계속된다' = '용현농협' 하면 손두부가 빠질 수 없고, 최근에는 건빵 메주가 큰 인기다. 벼농사를 잘 짓는 것보다 콩 재배는 최고 3배 소득을 보장했다. 5년 전부터 벼 대신 콩을 심는 조합원이 늘었다.

"논에 콩을 도입했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 한다'고 콩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제때 물을 공급하는 겁니다. 논은 필요할 때마다 물을 댈 수가 있었죠. 논 콩이 밭 콩보다 양 많고 질이 좋은 이유입니다. 처음 45가구가 콩 재배에 참여해서 1㎏ 5000원으로 고소득이 보장됐어요. 그런데 2011년, 정부에서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두부를 지정하면서 대기업의 두부시장 점유율 확대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위기가 닥쳤죠."

대기업에 납품한 용현 콩은 판로가 막힌 셈이다. 콩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 조합장은 고민 끝에 두부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기로 했다. 대구의 '이플'이라는 업체를 찾아 두부 만들기를 배웠다.

"그곳에서는 화학 간수 대신 해양심층수를 정제한 간수를 쓰더라고요. 무엇보다 '콩도 하나의 생명이다. 두부를 만들기 전 콩에게 감사 기도를 하고 두부를 만든다'는 말을 듣고 이 두부 정말 맛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대로 방법을 전수해 손두부를 만들어서 판매했어요. 하루 30모 판매하던 손두부는 용현하나로마트에서만 하루에 150모 판매합니다. 지난 설에는 당일 2500모를 판매하느라 밤샘 작업을 했어요. 올해는 콩 재배 조합원은 정부 수매가보다 l㎏ 300원을 더 받았습니다."

현재 다른 마트에서도 판매하고자 두부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조합원 콩은 모두 농협에서 정부 수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일 계획이다.

"우리 두부를 먹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천 건강보험 수가를 반으로 낮춰보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사업입니다. 제가 이상한 목표를 잘 잡는데요. 용현농협 손두부를 먹음으로써 건강할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콩(가공품 포함)의 95%가 수입한 콩입니다. 국산 콩 두부와 메주 판매로 수입 콩을 밀어내보겠다는 장기 목표가 있습니다. 하하."

생각은 곧 실천이라는 신 조합장의 또 다른 히트작은 '건빵 메주'다. 크기가 일반 메주의 3분의 1로 작은 데다 모양이 건빵처럼 생겨 붙은 이름이다. 작은 만큼 발효 시간을 줄이고 잡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장을 담글 때 특유 냄새를 없앴고,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장을 담글 수 있도록 개발했다.

◇도내 최초 로컬푸드 매장 = 모든 사업 기본은 농협 이익이 아니 농민들 소득 증대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신 조합장의 또 다른 성과는 로컬푸드 매장이다. 단독매장으로는 도내 처음으로 2014년 5월 개점했다. 로컬푸드 사업은 나날이 성장해 조합원이 출하하는 신선 채소 판매액이 2015년 4억 3000만 원으로 첫해보다 두 배로 늘었다. 지난해 6억, 올해는 10억을 바라보고 있다. 최고 판매 조합원 소득이 4000만 원이지만 올해는 평균 매출액을 4000만 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하나로마트 매출까지 함께 견인하고 있다.

신 조합장은 4선 조합장에 취임하면서 "아직 못다 한 일을 더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한 바 있다. 의미가 궁금했다.

"아무리 조합장이라도 조합원들에게 '이거 심어라, 저거 심어라' 강제할 수 없어요. 잘되면 자기 덕이고 안되면 화살은 제 몫입니다. 하지만, 소득 증대가 불 보듯 뻔한데 원성이 겁난다고 말하지 않으면 조합장이 아닙니다. 모든 원성은 감내할 생각입니다. 늘 새로운 시도는 계속되어야 하고 아직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용현농협 직원은 이제 토양 분석까지도 담당하고 있다. 비료와 농약은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이 적당한지 기준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신 조합장의 지시 때문이다.

"농작물을 팔아주는 건 이미 지나간 농협 역할입니다. 농민들이 어려워하는 정립되지 않은 기술을 개발하고 선점하는 게 농협 역할입니다. 그렇게 생산량을 전반적으로 높이고 다양한 가공사업을 개발해 가격을 또 높이는 게 제 역할입니다. 제 가슴과 머리와 몸은 여전히 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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