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사물함에 검은 뭉칫돈 숨긴 교수
어머니 유산 동생에게 양보한 언니 '대비'

서울의 한 대학교 학생 사물함에서 정체불명의 2억여 원이 나와서 캠퍼스가 발칵 뒤집혔다. 100여 일이 넘도록 경찰이 수사했지만 주인도 나타나지 않았고 '돈을 분실했다'고 신고한 사람도 없었다. 주인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검은돈은 결국 범죄수익금으로 밝혀졌다.

100억 원 부당 수임료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최유정(47) 변호사의 남편 A(48·성균관대 교수) 씨가 캠퍼스 내 사물함에 그 돈을 숨겨둔 것이라고 실토했다. 자신의 연구실은 압수수색 될 것을 우려해서 안전하다고 판단한 학생 사물함을 이용하는 잔머리를 굴렸다.

굳이 학생회 사물함까지 이용했던 것은 구속되던 부인이 자신의 대여금고에서 15억 원을 꺼내 남편의 대여금고로 옮겨두려했으나 13억 원 이상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남은 2억 원을 '감당하기 힘들어' 교수가 학생의 사물함을 임시방편으로 부당한 범죄수익금 은닉에 악용하려 한 것이 들통난 것이다. 일반 서민들이 듣게 되면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변호사, 교수 부자들의 일그러진 모습에 혀를 차게 될 것이다. 배웠다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은 이처럼 돈의 노예가 돼 돈을 숨기기 위해 갖은 궁리를 하다 결국 발각돼 남편도 범죄자가 되는 상황은 씁쓸하다 못해 분노가 치민다.

부정한 돈, 감당할 수 없는 부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내일 죽어도 좋으니 큰돈 한번 만져나봤으면 좋겠다'고 말들 한다. 그러나 돈의 속성은 그렇지 않다. 내가 잘 아는 지인 B씨의 이야기는 큰 감동을 줬다.

B씨는 교사로 재직하면서 어머니를 정성으로 모셨다. 가난한 시절을 보냈던 어머니에게 자신 명의의 통장은 큰 위로가 된다며 용돈을 모아 통장을 만들어드렸다. 병환으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7000여만 원의 통장에 어머니는 늘 행복해했고 그 돈으로 갖가지 꿈을 꾸었다고 한다.

병원비 등은 B씨가 전액 부담했기 때문에 통장은 고스란히 남았다. B씨가 그 돈을 모두 가져도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동생 처지가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돌아가신 어머니의 뜻도 동생을 도와줬으면 한다고 해석하고 그 돈 모두를 송금했다고 한다. 물론 남편의 동의도 있었지만 정작 동생 또한 그 돈을 받을 수 없다고 사양해서 설득하는 데 힘이 들었다고 했다.

동생은 뜻하지않은 큰돈을 준 언니의 사랑에 감격하여 언니의 딸이 결혼한다는 소식에 1000만 원을 다시 되돌려줬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현실에서 가끔 이렇게 조용히 주변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B씨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돈을 동생에게 주고나니 내가 더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았어요. 어머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내가 어떻게 교사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요. 어머니의 통장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돈이었고 동생에게 줬다는 것을 엄마가 아시면 기뻐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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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는 7000만 원이 감당할 수 없는 돈이지만 갖지 않기 위해 거절하는 동생을 설득해야 했다. 그러나 변호사, 교수는 부당한 큰돈을 몰래 대여금고를 이용하여 감추는데 13억 원밖에 들어가지 못하자 2억 원을 학생 사물함에 숨기는 치졸한 짓을 범했다.

아무리 배우고 잘나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도 행동으로 그 배움이 실천되지 못하면 사회에 악만 키우는 '쓰레기'나 다름없다. 다행히 세상은 모두 그렇게 돈에 혈안이 돼 있지는 않다. 내 주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눈으로 보면서 세상이 참 살만하다는 위로를 받는다. "돈은 최악의 주인이요, 최고의 주인"이라는 격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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