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사법살인'희생자 42주기 추모제
"뜻 이어 민주주의 꽃피우자"

지난 8일 오전 11시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원에서 박정희 정권의 사법살인으로 희생된 인혁당 열사를 기리는 '4·9통일열사 42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사단법인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재단법인 4·9통일평화재단이 주최한 이번 추모제에는 대구·광주·부산·창원·서울 등 각지에서 2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구속으로 예년보다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이태광 대구노동역사자료실 대표는 "선배님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박정희의 현신인 독재자 박근혜를 탄핵·구속하고 선배님들이 온몸으로 투쟁하신 박정희 체제를 청산하고 있다"고 했다. 정해숙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열사들을 기리고 그 뜻을 이어받아 민주주의가 꽃피우고 통일 세상을 향해 우리 어깨 겯고 나가자"고 했다.

당시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강창덕(90)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은 박정희가 김재규에게 죽었다는 사실을 듣고 감옥에서 지은 시를 읊었다. "그놈은 잡았는데 내가 못 잡아 한이로다/ 남이 잡은 그놈이니 시첸들 뒤져보라/ 언젠가 그날 오면 부관참시는 내가 하리." 이어 "부관참시는 못했지만 박정희의 뿌리 박근혜를 우리 1000만 촛불의 힘에 의해서 감옥에 가뒀심더. 내 마음에 반 분은 풀리고, 열사님들도 한이 조금은 풀렸으리라 본다"며 울먹였다.

지난 8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현대공원묘원에서 인혁당 열사를 기리는 '4·9통일열사 42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유가족 및 각 단체 대표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임종금 기자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인 장호권 월간장준하사상계 대표는 "아직까지도 적폐 덩어리인 유신 잔당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 정작 유신의 악귀 망령을 정리해야 할 정치권에서는 우리 국민의 요청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누워계시는 선생님들을 편안하게 쉬실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42년 동안 선생님들이 원하던 세상을 이루지 못했으니 부끄럽기 그지없다"고 했다.

여정남 열사의 조카인 여상화 씨는 유가족을 대표해 "오랜 세월 동안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열사들을 기억하시고 위로해주신 모든 분들께 존경과 사랑을 바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1975년 4월 8일 박정희 유신정권하 대법원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기소된 9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또한 무기징역 7명, 징역 20년 4명, 징역 15년 4명 등 관련자에게 모두 중형을 선고했다. 정권은 선고가 이뤄진 직후 불과 18시간 만인 1975년 4월 9일 새벽, 8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이후 2명이 옥사했다. 일부 시신은 유족에게 제대로 인계되지 못하고 반강제로 화장되기도 했다. 또한 구속 이후 단 한 차례도 가족면회가 허락되지 않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법학자회는 1975년 4월 9일을 '세계 사법사상 최악의 날'로 선포했으며,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한국을 향해 묵념을 올렸고,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인 '사법살인'으로 역사에 남았다. 2007년·2013년 재심을 통해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은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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