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맥팔레인 지음
인류학자, 손녀에 쓴 편지
흘러가는 대로 살기보다
가치있는 의문형 삶 권유

"어떤 편견에도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너의 길을 걸어가라. 나는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

앨런 맥팔레인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30년 넘게 학생을 가르친 교수이자 저명한 인류학자다.

하지만 손녀딸 릴리에게는 그저 '아야바야'란 애칭으로 불릴 뿐이다.

릴리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누구보다 릴리를 사랑하는 할아버지 아야바야.

손녀와 산책을 하고 정원을 가꾸는 것이 취미인 그는 문득 아직 어린 손녀딸이 자라면서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을 때 '만약 그 질문에 답해줄 자신이 곁에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나와 관계에 대하여, 그리고 삶의 과정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질문을 두고 할아버지이자 교수로서 해줄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을 담은 편지가 차곡차곡 모여 어느덧 한 권의 책이 됐다.

<릴리에게, 할아버지가>(이근영 옮김)는 그렇게 탄생했다. 다정한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그저 "착하게 살아라", "공부 열심히 해라"와 같은 고리타분한 조언을 하지 않는다.

'나는 누구일까? 사랑하면 꼭 결혼해야 할까? 친구란 무엇일까? 아이를 꼭 낳아야만 할까? 우리는 왜 돈과 시간, 언어에 지배당하는 걸까?'

각각의 질문마다 경험과 지식, 인생의 지혜를 녹여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결국 정답을 찾고 선택의 키를 손녀에게 맡기는 배려가 잔뜩 담겨 있다.

그리고 전 세계 문화와 역사를 아우르며 인생의 깊이를 더해 다시 손녀에게 묻는다.

릴리만한 아이를 둔 나에게도 이 책의 질문은 여전히 숙제이며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도록 각성을 독려한다.

"우리는 나이 들수록 의문을 품지 않고, 질문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배운 삶의 가치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지.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살아지게 된다. 절대적이고 당연한 가치들만 존재하는 곳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란 결코 쉽지 않지. 나는 네가 온전히 너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와 네가 사는 세상을 낯선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인생을 멋지게 설계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므로 한 마을이 되어가는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즐겨라."(30쪽)

같은 이유로 이 책은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관심이 가고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언제든지 이 책을 펼쳐보면 자신만의 정답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훌륭한 조언을 들려줄 것이다.

"릴리야, 사랑한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네 날개를 마음껏 펼치렴.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란다."

364쪽, RHK,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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