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있는 저도 연륙교는 동명의 영화에 등장한 다리와 닮았다고 해서 '콰이강의 다리'로 불리고 있다.

1987년 의창군이 건설한 이 다리는 길이 170m, 폭 3m의 철제 교량으로 사람은 물론 차량 역시 일방통행을 번갈아 하며 오갈 수 있었다.

수려한 경관은 '콰이강의 다리'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도심지에서 저도까지 이어지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다 2004년 철거계획이 발표된다. 해풍과 해수의 영향으로 심하게 부식된 탓인지 안전진단 결과 D 등급을 받아서다.

기존 다리 옆에 새 다리가 세워지게 되는데, 이때 콰이강의 다리는 철거될 위기에 처한다.

철거냐 보존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흥미로운 건 옛 마산시는 "보존" 방침을 정한 반면에 많은 수의 주민들이 "철거"를 주장했다는 점이다. 안전사고 우려는 물론 관광자원으로서의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한동안 콰이강의 다리는 보행 전용 다리로 남아 있었고, 언제부터인가 사랑의 언약을 상징하는 자물쇠가 한둘씩 늘어나더니 '사랑의 다리'라는 명성을 얻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최근 콰이강의 다리는 투명 강화유리가 장착된 스카이워크로 탈바꿈했다. 바다 위를 공중부양하는 듯한 아찔한 경험은 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일주일 만에 3만 명이나 다녀갔고, 또 다가오는 주말에도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 콰이강의 다리는 폭파되면서 제국주의의 몰락을 상징했다면, 우리 동네 콰이강의 다리는 보존됨으로써 관광 명물로 거듭났다. 폭파되어야 할 건 빨리 없애고, 보존해야 할 건 잘 가꾸어야 하는데 실상 이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특정한 결과는 무수한 우연과 노력이 겹쳐져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 일이 다 그런 것 같다. 특히 요즘 같은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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