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회생문제를 두고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계산법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한다. 오는 17~18일에 열릴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채무 재조정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대우조선 회사채 약 39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 반발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인다.

대우조선 정상 경영을 위해 신규 생산물량 확보뿐만 아니라 현금자산 흐름 또한 원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달 23일 대우조선에 출자전환과 채무 재조정 방식으로 2조 9000억 원 규모 신규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채권을 100% 출자전환하는 방안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채권과 어음을 재조정하려면 채권자 동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우조선에 투자한 선의의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희생을 감내하라고만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우조선 채권자들 중에서 가장 액수가 많은 국민연금은 채무재조정 방안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고 여론만 살피는 중이다. 왜냐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동의하면서 이미 1000억 원 이상 투자손실을 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대표적 부실기업인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까지 동의할 경우 싸늘한 국민 시선을 피하긴 곤란해 보인다. 즉, 공적 투자자인 국민연금 역할과 책임이라는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승인이 먼저 요구된다는 점이다. 공적 투자자라고 해서 특정 대기업에 마냥 희생만 감내한다면, 이것 역시 마치 물주 혹은 전주의 역할로만 축소될 뿐이다. 오히려 공적 투자자는 사양 산업과 보호 산업을 구분하는 역할을 먼저 하면서 시장 질서를 잡는 데 조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 부도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기업경영 위기를 시장 힘으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면 공적 투자자 역할과 책임 역시 분명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 스스로 공적 투자자로 역할과 책임을 새로이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급한 사람이 먼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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