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가 보궐선거는 없다며 사퇴를 미루고 있는 가운데 본인은 물론 중앙선관위와 행정자치부가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홍 지사가 내세우는 이유는 지극히 이기적이다. 도지사 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기초단체장 선거가 잇따를 수밖에 없어 엄청난 선거비용이 들 수 있고, 나아가 출마예상자들 면면으로 볼 때 도정이 엉망이 될까봐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구실을 대고 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로 보아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나선 홍 지사야말로 보궐선거 원인제공자다. 새삼스럽게 보궐선거 비용이 신경 쓰인다는 그의 변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자신의 치적이 엉망이 될까봐 걱정스럽다는 말이 속내에 가깝다. 촛불 정국의 영향으로 보궐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으니 권한대행을 통해 도정을 계속 장악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놓치지 않겠다는 심사다.

참으로 이기적이고 오만한 태도 아닌가. 본인이 출마할 권리만 중요하고 그로 인한 도민 참정권은 묵살해도 그만이라니 이런 안하무인이 없다. 게다가 사임 통보 관련 지방자치법규마저 우습게 여기고 지키질 않으니 공직자로서 기본이 안 되어 있다.

놀라운 일은 홍 지사의 망동에도 정부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관위는 현행법에 맹점이 있다며 차후 개정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슬그머니 책임을 피하려 들고 있다. 지방자치법과 시행령을 명백히 위반했는데도 주무 부처인 행자부는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가관이다.

도내 야권과 시민단체들이 홍 지사를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고 출마 채비를 차리고 있어 지금이라도 헌법정신과 법치주의가 지켜질 수 있을지 주목할 일이다. 나아가 홍 지사가 도민의 기본권을 유린하고 있는데도 행정부지사와 도선관위가 계속 책임을 방기한다면 엄중하게 따져야 한다.

홍 지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재판도 끝나지 않았음에도 대선에 나서는 비상식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떠나는 마당에 경남도민이 근 일 년 동안 도지사 궐위 상태에서 지내게끔 분탕질하지 말고 즉각 사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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