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주암댐 건설 영향 유량 50% 감소
유속 저하에 바닷물 유입·쓰레기 쌓여
재첩 생산량 400t 줄고 시설 하우스 100㏊ 염해

섬진강 하류 풍부한 재첩은 섬진강 사람들의 주 수입원이었다. 강물이 서서히 바다화하기 시작한 역사가 50년에 이른다. 재첩은 집단 폐사하거나 살아남고자 점점 위로 올라가고 있다. 섬진강 하동 구역 전체가 바다화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바다화 원인 = 섬진강 하류 바다화 시초는 196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섬진강 상류지역인 전북 임실군에 저수용량 4억 6600만㎥ 규모 다목적 댐인 섬진강댐이 건립된다. 이어 1992년 섬진강 중류지역인 전남 순천시에 저수용량 4억 5700만㎥ 규모 다목적 댐인 주암댐이 추가로 들어선다.

2005년 발행된 섬진강환경영향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댐이 건설된 이후 섬진강 평균 유량이 기존 98.09㎥/s에서 49.33㎥/s로 5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기 기준으로는 10.28㎥/s에서 8.1㎥/s로 20% 정도 감소했는데 하루 유량으로 따지면 18만 톤 정도다.

섬진강 상류지역에서 내려오는 유량이 급감하면서 유속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하류 지역은 퇴적토와 부유 쓰레기 증가로 섬진강 지형이 변하게 된다.

특히 급격한 유량 감소에 따른 유속 변화로 남해 바닷물이 원활하게 섬진강 하류지역으로 거슬러 오르는 결과를 낳게 했다. 이들 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 반대에도 하루 55만㎥를 취수하는 다압취수장까지 들어서면서 유량 감소를 더욱 부추겼다.

이뿐만이 아니라 남해와 접한 섬진강 하류지역 골재 채취와 광양만과 갈사만 등 대규모 매립으로 수위가 상승하면서 섬진강 바다화를 가속화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됐다.

하동군 하동읍 두곡 지역으로 오래전부터 바닷물이 올라오고 있다. 현재 강 중앙에 쌓인 부유 쓰레기와 퇴적토 등이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 /하동군

◇바다화 피해 = 섬진강 하류지역이 바다화되면서 강의 염분이 1973년 0.6psu에서 2004년 12psu로 30년 사이 20배 증가했다. psu(practical salinity unit)는 '실용염분단위'를 일컫는 말이다. 급격한 강 염분 농도 상승은 섬진강의 대표적인 조개류인 재첩 서식에 심각한 영향을 줬다.

재첩이 서식하는 데 적합한 물속 염분은 5~8% 정도인데 현재 10~18%로 2배 이상 증가해 재첩 서식지가 점차 사라지게 하는 원인이 된 것이다.

하동군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재첩 서식지는 1990년 이전 약 210㏊에서 지난해 약 140㏊로 70㏊가 감소했다. 재첩 생산량도 1995년 665t에서 2015년 234t으로 줄었고 어민 소득도 10억 원에서 4억 9000만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더욱이 현재 채취하는 재첩의 30%가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기 인 5월과 9월에는 적조 등 이상 조류 현상이 해마다 발생해 바다화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첩 하나로 생계를 유지해온 어민 600여 명과 재첩 음식업체(140여 개), 재첩 가공업체(50여 개) 등은 생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도 바다화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하동읍과 고전면 지역에 있는 시설하우스 100㏊가 현재 염해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지역은 지하수를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는데 지하수에 바닷물이 스며들면서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섬진강 바다화는 하동군 취수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동군 취수원은 원래 하동읍 두곡에 있었지만 바다화가 상류 쪽으로 확산하면서 세 차례에 걸쳐 상류로 이동했다. 1968년 하동읍 두곡에서 1982년 하동읍 만지, 1990년 악양면 외둔, 2005년 화개면 부춘으로 이동한 것이다.

하동군 취수원의 이동이 섬진강 바다화 현상을 바로 보여주는 셈이다. 현재 섬진강 바다화가 화개면 부춘까지 확산한 만큼 하동군 취수원을 또다시 상류로 옮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겉도는 대책 = 섬진강 바다화의 심각성을 파악한 하동군은 지난 2000년 중반부터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중앙정부 무관심 등으로 흐지부지되고 있다. 그러다가 2014년 섬진강에 접한 하동군과 더불어 광양시, 구례군 등이 나서면서 본격화됐다.

이들 3개 시군은 2015년 11월 섬진강수계 복원을 위한 대정부 건의문을 청와대와 중앙정부, 국회,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제출했다.

건의문 주요 내용은 △하천 유지유량 확대 △하천 유량 측정지점 변경 △하천 퇴적토 제거 △하천의 체계적 관리와 정비 △섬진강 부유 쓰레기 제거 △어업피해 조사 △재첩 서식지 확대 △하류지역 지역기반 마련 △정부·지자체·수자원공사·전문가 등 통합협의체 구성 등이다.

이 가운데 하천 유량 측정지점 변경만 반영됐고 섬진강 바다화 대책 관련 내용은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

이와는 별도로 하동군은 지난해 하반기 바다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 대책 하나로 섬진강 부유 쓰레기와 퇴적토 8만㎥를 제거하는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광양시와 구례군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광양시는 지난 2014년 12월 시작된 '골재채취 휴식년제 영구시행' 등을 들었고, 구례군은 수달 서식지가 파괴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에 하동군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추진하는 '섬진강하천기본계획 변경용역'에 이 사업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동군 관계자는 "섬진강 하동 구역 전체가 바다화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만큼 섬진강 물길을 회복할 수 있는 이 사업만이라도 추진할 수 있도록 광양시와 구례군을 계속해서 설득해 나가고,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도 사업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강력히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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