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취수장 건설로 바다화 심각
재첩 등 대표 생물 크게 줄어
농업용수 확보 못해 농사 포기도

영·호남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강이자 젖줄인 섬진강이 위태롭다. 30년 넘게 지속한 섬진강 하류지역의 바다화가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하동지역 섬진강 길이는 총 33.6㎞로, 현재 화개면 부춘리 28㎞ 지점까지 바닷물이 올라온 것으로 하동군 조사에서 나타났다.

남해에서 밀려온 바닷물이 섬진강 하동구역 상류 지점까지 치고 올라온 것이다.

섬진강 하동구역 전체가 바닷물로 뒤덮일 지경에 이르면서 강의 기능을 잃게 될 위기에 놓였다. 이대로라면 수년 안에 섬진강 하동구역 전체가 바다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갈수기에도 하동읍 구간까지 바닷물이 잠겨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우려스러운 건 섬진강이 민물에서 짠물로 바뀌면서 오랫동안 섬진강에 의지해 생활 터전을 가꿔왔던 농어업인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하동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재첩 생산량이 섬진강 염분 농도가 짙어지면서 해마다 줄어들고 서식지도 파괴되고 있다.

농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지하수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하동읍과 고전면 일부 지역은 지하수에 바닷물이 스며들면서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뿐만 아니라 적조 같은 이상 조류 현상도 해마다 반복해서 발생하는 등 바다화에 따른 피해가 점차 확대되는 실정이다.

바다에서 잡히는 전어나 숭어 등 어류도 오래전부터 화개면 일대에서 쉽게 발견돼 섬진강 바다화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섬진강 하류지역 바다화는 40여 년 전 시작됐다. 섬진강 중·상류지역에 잇따라 건설된 댐과 취수장이 주요 원인이다.

섬진강댐과 주암댐, 그리고 다압취수장이 건설된 이후 하천 유량이 최대 50%까지 감소하면서 유속이 크게 느려졌다.

이 때문에 강 곳곳에 퇴적층이 증가하면서 강 기능을 잃고 있다.

더욱이 남해와 접한 섬진강 하류지역의 무분별한 매립과 골재 채취도 바다화를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수년 전부터 섬진강 바다화의 심각성을 깨달은 하동군과 광양시 등 섬진강에 접한 영·호남 자치단체가 대책을 마련하고자 발 벗고 나섰다.

하지만 대책을 놓고 하동군, 광양시, 구례군 등 3개 시·군이 엇박자를 내고 있고 중앙정부도 뒷짐만 지고 있어 섬진강 하류지역 미래가 어둡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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