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속속 정해지면서 5월 대선 가도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만 18세 투표권'은 외면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파면, 구속이 야기한 조기 대선 정국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투표 연령 하향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과 대선을 견인해 낸 촛불 집회에서 가장 활발히 참여한 연령층은 청소년들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직선거법 개정 목소리를 외친 어린 촛불들의 바람이 사실상 꺾인 점은 매우 아쉽다.

만 18세 투표권이 물 건너간 데는 조기 대선이라는 촉박한 정치 시계에 기인한 탓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각 정당이 개헌에 쏟은 관심의 반이라도 선거법 개정에 썼다면 불가능하지 않았다. 2000년대 이후 국회에서 투표 연령을 낮추기 위한 선거법 개정안은 여러 차례 발의되었으며, 가장 최근인 올해 1월에도 선거법 개정이 추진됐다. 그러나 당시 새누리당의 반대로 국회 본회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선거권이 하향조정되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만 18세 국민은 형법상 형사미성년자가 아니며, 헌법상 납세 의무, 병역법상 병역 의무, 근로기준법상 노동의 의무를 지는 나이다. 만 19세 이상 투표권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 세계 국가의 92.7%(215/232개)가 선거 하한 연령을 만 18세로 두었다. 오스트리아 등 6개국은 만 16세 이상이면 선거권이 있다. 한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우리와 일본만 선거연령 하한이 만 19세였으나, 일본조차 지난해 법을 바꿈으로써 우리만 남았다. 청소년 권리에 관한 한 한국은 매우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모면할 수 없다.

한국YMCA는 청소년 20만 명을 모집해 대선 당일 모의투표를 할 예정이다. 투표 방식도 실제 선거와 똑같이 치러지고 결과도 공표한다고 한다. 선거법이 외면한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확인해주려는 뜻이 엿보인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과반수가 투표 연령을 낮추는 데 찬성했다. 다음 지방선거부터라도 만 18세가 투표장에 갈 수 있도록 정치권에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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