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움이 바닥나면 오히려 잃을 것 없고' 하는 어느 시조(時調)의 한 구절처럼 '눈물도 바닥나 오히려 잃을 것 없을' 지경이었던 세월호 미수습자 아홉 가족의 비천(悲泉) 그 눈물샘! 1072일 만에야 처참한 모습으로 인양된 세월호를 마중하던 날, 그 눈물샘에서 통곡 두레박으로 퍼올려진 눈물의 바다였던 팽목항은 세상에서 가장 슬프디 슬픈 포구였습니다.

그날 필자는 포르투갈의 애절 전통민요인 파두(fado), '운명'이란 뜻의 그 노래를 떠올렸습니다. 먼 바다로 떠난 이들과, 사무친 그리움으로 기다려야 하는 그리움과 슬픔이 녹아든 한(恨)의 선율이 절륜한 <검은 돛배>, <슬픈 운명>!

그 파두의 본향인 리스본항과 팽목항을 어깨동무 시키며, 미수습자 엄마와 아내가 "다윤아, 엄마야. 이제 집에 가자/여보, 이젠 됐어요. 내 손 잡아요…" 하는 즉흥 가사를 음표도 없는 파두로 만들어 구슬픈 심금에다 실어 보았습니다.

513443_391872_2426.jpg

'조은화·허다윤·남현철

박영인·양승진·고창석

권재근·권혁규·이영숙'!

또 불러 본다. 원혼들아

아, 이제

죽어 죽음 넘었으매

원통 희게 수습해주마.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