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을 계기로 묵은 적폐들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3년 동안 인양 시도조차 못했던 세월호가 인양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박 씨가 구속되던 날, 세월호는 인양에 완전히 성공해 목포신항으로 출발했다. 4대 강 사업 이후 창궐하기 시작한 녹조현상에 대해 4대 강 보를 개방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에도 꿈쩍 않던 정부가 움직인 것도 박 씨의 정치적 몰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지난 2월 4대 강 16개 수문을 열어둔 이유는 4대 강 사업의 폐해를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보에 갇힌 물을 한시적으로 흘려보내는 '찔끔' 대책으로는 4대 강 사업이 일으킨 재앙에 대한 대처로는 역부족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추진된 4대 강 사업은 올해로 9년을 맞은 대표적인 대한민국 적폐 중 하나이다. 이 적폐를 더는 해묵게 해서는 안 된다.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나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이들이 4대 강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공약을 내놓고 있는 만큼 4대 강 사업은 이번 대선에서 주요 정책 쟁점으로 부상해야 한다. 4대 강 사업을 잘한 것이라는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발언은 후보들 중 가장 선명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자신의 환경정책 노선을 분명하게 밝힌 만큼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4대 강을 살리는 일에 소매를 걷어야 한다. 4대 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치수 사업이 아니라 권력의 탐욕이 걸린 이권 놀음이었다. 4대 강을 팠던 재벌 건설사들은 천문학적인 돈방석에 앉았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비리가 일부 드러나기도 했지만 정경유착의 실상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4대 강을 살리는 것 못지않게, 사업의 입안과 추진 과정이 어떠했는지, 이명박 정부가 4대 강 사업에 집착한 이유가 무엇인지, 누가 부당한 이득을 챙겼는지 등 4대 강 사업과 관련한 일체의 진실이 규명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국토와, 그 국토를 젖줄로 하는 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적폐를 허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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