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 가격 폭락으로 생산농가들이 시름을 앓고 있다. 정부와 농협이 가격 안정에 나서고, 청양고추 먹기 행사까지 하고 있지만 가격 폭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생산농가들이 고추밭을 갈아엎는 사태까지 왔으나 정부 대책은 농민들의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청양고추 가격이 폭락한 근본 이유는 농민들의 과잉생산에 있다. 지난 몇 년간 청양고추 가격이 다른 농산물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심리로 많이 심었다. 귀농인을 비롯해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직장인들이 노후 준비로 시작하는 시설하우스에 돈이 된다는 청양고추를 많이 심은 것도 작용했다고 본다.

그러나 무작정 농민 탓만 해서는 안 된다. 돈이 되는 작목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경제가 침체를 거듭하는 터에 소비 후퇴로 말미암은 농산물 가격 불안정은 이미 예견돼 있었으며 이를 잘 아는 정부와 일선 자치단체의 농업 관련부서가 적절한 수급 조절에 미리 나섰다면 막을 수 있었다. 농업이 환금화한 현실에서 정부 정책으로 막는다는 것은 한계가 있긴 하다. 하지만 농민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계도를 하고 정확한 통계치를 내놓는다면 피해를 다소라도 줄일 수 있다. 농업의 공급과잉 문제는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이제는 정부가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귀농·귀촌 등으로 농업 인구가 조금씩 늘고 있다. 이들은 고령화된 기존 농민들과는 차별성이 있다. 시설하우스 등을 통해 1인당 생산량이 늘기 마련이고 수입 농산물 탓에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 농업 기반은 작은 공급과잉에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사후 대책이 미흡한 것도 문제다. 청양고추는 벌써 몇달 전부터 공급과잉으로 가격폭락 징후가 있었다. 출하량 조절과 정부·지자체의 수급 안정을 위한 자금 지원 등이 원활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정부는 대우조선에는 또다시 엄청난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농업의 위기는 대우조선 부도로 말미암은 여파보다 훨씬 사회적 파장이 높을 수도 있다. 더욱이 귀농·귀촌의 희망이 무너지면 지자체 존립도 위태롭게 될 것이다. 청양고추 과잉 생산의 뒤에 도사린 농업현실을 정부와 지자체가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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