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첫 전직 대통령 영장심사
검찰, 한웅재·이원석 검사 투입
박근혜 측 유영하‧채명성 변호사 출석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판가름할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지만 영장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출석한 첫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심사는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피의자인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들, 검찰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강부영 영장 전담 판사 심리로 시작됐다.

검찰 측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한웅재(47·사법연수원 28기) 부장검사와 특수1부 이원석(48·27기) 부장검사 등 6명의 검사를 '공격수'로 대거 투입됐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변호인단에서는 유영하(55·24기)·채명성(39·36기)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 변호에 나섰다.

검찰 측은 298억원 규모의 뇌물수수(약속 후 미지급분까지 합치면 433억), 미르·K스포츠재단 774억원 강제모금,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각종 사익 추구 지원,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 운영,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 강요 미수 등 박 전 대통령이 받는 13가지 혐의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그간 수집된 많은 증거로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안의 중대성,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 구속된 공범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들어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상태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강 판사에게 요청했다.

검찰 측은 "피의자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지만 공범 및 관련자 대부분이 정치·법률적으로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사람들이어서 진술을 번복하게 영향력을 행사해 증거를 인멸할 수 있다"며 "피의자 변호인들이 보여준 헌법과 법률 경시 태도에 비춰 앞으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출석을 거부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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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석 부장검사(왼쪽)와 한웅재 부장검사. / 연합뉴스

그러면서 "피의자의 범행에서의 역할에 비춰봤을 때 구속된 공범보다 책임이 더욱 중하다"며 "피의자는 국격을 실추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음에도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관계까지 부인으로 일관하는 등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심사에서 최순실씨와 공모 관계를 부인하는 데 방어력을 집중했다.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사익 추구와 일탈 행위를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고 강조하면서 최씨가 삼성그룹으로부터 승마 훈련비 지원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기부금을 받아 챙긴 것을 공모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르·K스포츠재단은 문화 융성·한류 확산·스포츠 인재 양성이라는 국정 운영의 하나로 민간의 자발적인 재단 설립을 정부 차원에서 '도운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해서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전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개별 기업이 (재단에) 낸 돈은 재단의 '설립'을 위해 낸 출연금"이라며 "기업이 돈을 내는 행위는 '재단을 설립하는 행위'에 불과한 건데, 검찰은 이를 '뇌물을 주는 행위'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이 공방을 주고받은 이후 강 판사는 사건 주요 쟁점과 관련해 맞은편에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사실관계 등을 묻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진술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호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가 13가지로 다수이고, 피의자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이날 심사 시간은 앞서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때의 7시간 30분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심사를 마치고 강 판사는 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양측의 주장과 앞서 제출된 수사기록 등 여러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나서 이날 밤늦게 또는 30일 오전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 차대운 황재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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