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교훈이 국민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열어주고 있다. 국가 예산을 곶감 빼먹듯 하는 세금 도둑질은 최순실만 저지른 게 아니라 그동안 광범위하게 일어난 대표적인 적폐라는 점이다. 즉, 이런 방식의 세금 낭비나 조직적인 횡령에 대해 이제는 책임을 묻고 따져야 적폐청산이라는 말을 쓸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표방하면서 옛 마산시와 해양수산부가 추진한 가포신항 건설사업은 국민세금을 미끼로 일어난 전형적인 사기사건일 뿐이다. 존재하지도 않은 컨테이너 물동량을 미리 과다 계산해놓고선 컨테이너 전용부두 건설을 추진하지만 화물물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다른 부두로 용도를 전용하면서 정부는 법적으로 이에 따른 비용보전 책임을 진다. 여기까지 보면 실패한 행정 정도로 축소해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엉터리 통계를 갖다 대고 지역사회의 시민단체들을 조롱하고 매도한 주체가 정부와 관료집단이다. 처음부터 이 사업을 누군가 악의적인 의도에서 시작하지 않았는가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기 사건의 대상과 내용이 정황적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범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궤변이 바로 이 경우에도 적용된다. 또한 이런 터무니없는 일들을 적폐라고 불러야 한다.

국민의 눈과 입을 무서워하지 않고 행정 관료들이 저지른 각종의 비리행위나 이상한 결정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손을 보아야 한다. 당시에 이뤄진 이상한 결정들이라 하더라도 행정적 집행이라는 결과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대단하고 거창한 사회정의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일은 어떻게든 고쳐야만 지역사회가 조금이라도 전진할 수 있다. 무책임한 행정을 저질러놓고는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풍토를 두고 관료들의 속성 운운하면서 넘어갈 수는 없다. 이런 덮어주기 행위는 지역사회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잘못된 행위들을 구조화하면서 적폐로 만드는 역할만 한다. 특히 국민을 상대로 마치 사기를 치듯이 건설 사업을 기획해 놓고선 그 책임을 국가예산에 덤터기 씌우는 행태는 최순실이 계획한 범죄행위와 하나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적폐라는 민낯이 이렇게 드러나는 마당에 대선주자들도 적폐청산 주장을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