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세월호 인양에 쏠렸던 국민의 눈길이 당분간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에 몰릴 것이다. 구속 여부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의 피의자 심문을 거쳐 31일 새벽께 결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직 파면 결정을 비롯해 헌정사에서 새로운 족적을 찍고 있는 박 씨는, 이로써 검찰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굳이 헌법을 들먹이지 않아도 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하다. 그동안 특검과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박 씨의 범죄 혐의는 모두 13가지다. 구속영장 사유에도 삼성으로부터의 298억 원 뇌물수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청와대 국가기밀 유출 등 박 씨의 핵심 혐의들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 혐의 하나만 보더라도 일반인이 수백억 원을 챙길 경우 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면 법 앞의 만인 평등이라는 헌법 원칙에 어긋난다. 더욱이 자신과 함께 범죄에 가담하거나 자신의 지시를 받은 측근들도 대부분 구속된 처지에 주범 격인 박 씨만 예외라면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물론 지극히 상식적인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반발하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친박 인사들의 태도는 도무지 묵과하기 힘들다. 김진태 의원이 "궁궐에서 쫓겨나 사저에서 눈물로 지새우는 여인에게 사약을 내리는 격"이라고 한 것은 박 씨에 대한 옹호로 봐주려고 해도 도가 지나치다. 구속영장을 사약에 비유한 점도 얼토당토않거니와 박 씨를 봉건 시대 군주나 비빈쯤으로 보는 시각은 실소가 나온다.

물론 구속영장 발부는 피의자의 범죄 혐의 경중보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 여부에 달려 있다. 이 점에서도 박 씨는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만큼 증거를 인멸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영장 발부는 불가피하다. 증거인멸 우려는 검찰이 밝힌 구속영장 청구의 배경이기도 하다. 더욱이 박 씨는 청와대에 있을 때부터 자신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자료들을 무단으로 파기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법원은 오직 법리와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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