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신규 자금 2조 9000억 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대우조선의 부도를 막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정부의 이런 결정을 두고 더 이상 쓸데없는 논쟁을 벌이기보다 대우조선을 회생시키기 위한 구체적 정책방안부터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대우조선이 파산할 때 발생하는 손실추정치를 두고 정부 내에서조차 큰 인식차이가 실제로 존재한다. 금융위와 산업은행은 최대 59조 원의 손실위험이 있다고 보는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17조 6000억 원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운명은 피해액수가 적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고 오히려 국가 산업정책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시간을 두고 충분하게 따져서 판단해야 한다. 먼저 국제 조선업시장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걸 하나의 관례처럼 여기고 있다. 우리가 일본의 조선업을 추격할 때도 바로 이런 논리를 펼쳐왔고, 현재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우리를 상대로 이런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더 이상 저임금 정책으로 조선업에서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선진 국가들은 하나같이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여객선 수주로 정점을 찍으면서 세계 조선업시장에서 사라져 왔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이러한 운명을 따라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니냐는 말도 성립이 된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효율적인 산업정책을 펼치면서 조선업의 운명을 현재까지도 이어가는 일본 사례를 보면 시장에서 퇴출이라는 운명을 숙명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조선업의 운명 역시 국가정책의 결정에 따라 매우 탄력적으로 될 수 있다.

우리 조선업에 대한 판단을 죽느냐 사느냐 식의 극단적인 결정으로만 방향을 세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산업을 효율화할 것인지로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런 중대한 결정은 시장에서 권위를 이미 상실한 지금 정권의 몫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다가오는 새 정권이 책임지고 내리는 게 정상이다. 산업의 운명은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몫으로 봐야 하지만, 후발산업화라는 사회발전의 특징을 가진 우리 사회에서 조선업이 지닌 상징적 의미 역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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