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여성장애인은 여성과 장애로 말미암은 다중적인 차별과 편견 속에서 안전에 대한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가정, 시설,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돼 안전하고 당당한 성(性)에서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인간은 성적인 존재이고 여성장애인 또한 비장애인과 동등한 성적인 존재로서 똑같은 성적인 욕구와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여성장애인은 여전히 무성적인 존재로 인식되거나 또는 착하고 순진한 마음을 이용해 여성장애인의 성을 유린하는 대상으로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저항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어려워 타인에 의해 원하지 않는 성적인 접촉이 빈번히 일어남으로써 여성장애인의 성인권, 성적자기결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경남에서 발생한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보면 이웃이나 지인 또는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 친밀감을 가장해 여성장애인에게 접근하여 상대방을 신뢰하게 만든 후 성폭력을 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적장애인의 피해가 80% 정도였으며, 피해 정도를 보면 단순한 성적인 접촉보다는 강간이나 유사강간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적장애인이 상황을 판단하는 힘이 부족하고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한 간악한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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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 형량은 늘어났으나 성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여성장애인 피해자에 대한 지원체계 또한 장애인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도내에는 여성장애인 성폭력피해자 전용쉼터가 없어 피해자 지원에 공백이 생기기도 하는 상황이다. 현재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증가하고는 있으나 여성장애인의 성폭력 피해는 현실적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사회적 제도의 문제점과 더불어 성인지적 관점의 부재, 대중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장애인도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대우받고 차별과 편견 없는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여성장애인의 목소리를 듣고 여성장애인의 성인권이 보장되고 존중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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