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통령 당선 가능성 낮아
'보선 없애기' 막지 못한 책임
내년 지방선거 참패 '역풍'예상

"도지사 보궐선거는 없다"고 한 홍준표 경남도지사 발언에 도내 자유한국당 인사와 도청 고위직이 속을 끓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한국당 집권 가능성이 작아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요원한 홍준표 대통령 = 홍 지사는 현재 한국당 대선 후보가 확실시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타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며 선두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친박계 후보 사이에서 비박계인 홍 지사에 맞서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한데 전체를 놓고 보면 홍 지사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20~24일 닷새간 전국 성인 2553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홍 지사는 9.5%에 그쳤다. 문재인(34.5%), 안희정(17.1%) 후보는 물론 안철수(12.6%), 이재명(10.2%) 후보에게도 뒤진 5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21~23일 한국갤럽이 진행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방이라 할 수 있는 경남·부산·울산과 대구·경북에서 각각 11%·13% 지지율에 그쳤다. 21~22일 문화일보·엠브레인의 영남지역 여론조사도 경·부·울과 대구·경북을 통틀어 14.9%로 문재인(26.7%)-안희정(16.1%) 후보를 넘지 못했다. 경남은 20.1%를 획득해 2위에 올랐으나 울산(10.4%)과 경북(10.2%)에서 저조했다. 하다못해 안방 중의 안방인 경남에서도 민주당 후보에 뒤처지는 지지율을 받고 있다.

◇필연적인 관선 도지사 체제 = 사정이 이럴진대 홍 지사가 항간의 논란대로 도지사 보궐선거를 없도록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남도는 4월 10일부터 류순현 행정부지사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된다. 이후 한 달 동안은 홍 지사가 구축해 둔 기틀대로 도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5월 9일 대선이 끝난 이후다. 만약 정권이 야당에 넘어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새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없이 곧장 국정을 맡아야 한다.

국정 첫 순서는 초대 내각 구성이다. 개각이 이뤄져 행정자치부 장관이 새로 인선되면 부처 내부 인사가 필연적이다. 이때 류 부지사 교체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는 현재 경남도청 소속이지만 국가공무원 신분으로 행자부 인사에 따른다. 즉 '1년 한시' 관선 도지사 권한대행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경남도정은 결국 새로 선출된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행자부 장관 직속으로 이뤄지게 된다.

◇류 부지사 책임론 부상할 수도 =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만약 '4월 9일 밤늦게 사임서를 내고 도지사 권한대행이 다음날 선관위에 도지사 궐위 사실을 통지하면 보선은 없다'는 홍 지사 논리에 류 부지사가 따른다면 도지사 보선 사유 발생 의무를 방기한 책임을 묻겠다는 태도다.

현재 야권이 주장하는 직무유기,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은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야권 성향의 새 정부가 보선 사유 발생 의무를 방기해 국민 참정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지방선거 눈앞…도내 한국당 인사 갑갑 = 현재 홍 지사 지지율 추이대로라면 정권이 야권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도내 보수 정치권도 갑갑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당장 1년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소속 도·시군의원은 기존에 누렸던 집권당 프리미엄이 없다.

이때 홍 지사의 '보선 없애기'를 막지 못해 관선 도지사 권한대행 시대를 만든 데 대한 토호 등 보수 지지층의 책임 추궁이 도당과 도·시군의원에게 쏟아질 공산이 크다.

야권을 지지하는 도민 분노도 감수해야 한다. 설령 내년 선거에 나서더라도 제대로 된 당의 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선거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지방선거 참패, 지방권력 교체라는 도미노 파고를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세간의 평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국당 도당 내부에서도 홍 지사가 마음을 바꿔 도지사 보선이 치러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도내 한 한국당 인사는 “도지사 보선이 치러지면 필패가 예상되므로 홍 지사 판단이 옳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라며 “정권교체가 됐을 때 무기력하게 지방 권력을 내주게 된다는 위기감에 홍 지사가 너무 강하게 나가는 게 아니냐는 기류가 일부 있긴 하다”고 밝혔다.

인용한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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