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3일 만에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선체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녹이 슬어 바닷속 처참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가슴 한쪽이 아리는 건 모두의 마음일 테다.

두 번은 없어야 할 세월호는 지금도 일상에서 항해 중이다. 산청고등학교 컨테이너 교실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산청고 학생들은 춘계방학 이후인 지난 2월부터 본관 건물 대신 컨테이너 임시 건물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거점학교로 지정돼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내년 2월 완공을 목표로 교실을 신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교실에서 많은 학생이 페인트 냄새 등으로 두통·천식·아토피를 호소했다. 교육청과 학교는 예산을 운운하며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할 뿐이었다. 고통이 심한 학생들은 전학을 갔다.

고통스럽긴 교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한 교사가 컨테이너 교실에서 고통을 호소하자 학교 측은 해당 교사 근무처를 컨테이너가 아닌 일반 건물의 학력관리실로 옮기도록 조치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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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탈출한 세월호 선장이 오버랩됐다면, 너무 예민한 반응이라고 할텐가. 산청고 학부모 간담회에서 세월호 이야기가 나왔다. "피해 교사 일부는 일반 건물로 옮겼다는데 학생들은 여전히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컨테이너 교실 환경에 노출돼 있다. 세월호 참사 때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다고 생각하느냐? 배로 치자면 선장인 교장과 교감은 왜 컨테이너에 함께 남아 있지 않으냐?"고.

공청회와 학부모 간담회를 거쳐 산청고는 모든 컨테이너 교실과 특별실, 도서실, 행정실, 교장실을 맞바꾸기로 했다. 이전은 이번 주말부터 학년별로 차례로 진행한다. 대책 마련에 왜 이렇게 미적거렸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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