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장여건 고려하지 않고 설치
방부 목재, 밑동 조여 악영향
전문가 "생육 환경 개선해야"

올해 진해군항제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36만 그루 벚나무는 진해 상징이자 관광 자원이지만 그 명성만큼 잘 관리·보존되고 있을까. 전문가는 잘라 말한다, 아니라고.

지난 23일 오후 5시쯤 산림전문가 박정기 씨와 안민고개를 찾았다. 이곳은 창원 성산구 안민동과 진해구 태백동을 잇는 고갯길로 벚나무가 우거진 데다 진해 바다,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시민과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다.

벚나무는 군항제가 다가왔음을 증명하듯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 씨는 생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환경 탓에 나무가 썩고 있다고 일갈했다.

박 씨는 가장 먼저 덱로드 문제를 지적했다. 구청은 2000~2005년 보행자 편의를 돕고자 안민고개 4.2㎞ 구간에 덱로드를 설치했다.

박 씨는 "나무가 계속 자라지만 덱을 넓히지 않아 밑동을 조이고 있다"며 "이 탓에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아 썩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원 진해구 안민고개에 설치된 덱로드가 벚나무 밑동을 조이고 있다. /우보라 기자

그러면서 "덱에 사용된 ACQ 방부 목재가 인간에게는 무해하지만 나무에게는 유해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곳곳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일부 나무는 덱 아래 뿌리가 흙에 덮이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또 덱 아래에는 방부 목재 조각이 방치돼 있기도 했다.

전문가는 벚나무 생육환경 개선을 강조했다. 안민고개뿐 아니라 진해 벚나무 생육환경을 두고 한 말이었다.

박 씨는 "벚나무는 가지치기도 조심히 해야 할 정도로 예민한 수종인 데다 진해 벚나무는 대부분 30년 이상 돼 관리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며 "나무가 빗자루병 등에 걸렸을 때 방제를 하고 수간 주사(나무 줄기에 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주사를 꽂거나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를 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생육 환경을 개선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지자체는 개선 뜻을 밝혔다.

진해구청 관계자는 "진해 벚나무들이 대부분 오래돼 병도 잘 걸리고 관리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며 "지적된 사항을 확인한 후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