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마을들 개발 몸살, 식당 공장 건립 잇따라
교통위험·환경피해 이어 시-건축주 행정소송까지

“마을이 원래 조용했다. 요즘은 주말마다 차가 얼마나 오는지…. 외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창원 의창구 동읍 월잠리 가월마을 주민들은 요즘 시름이 깊어졌다. 마을이 철새 도래지 주남저수지와 인접한 데다 생태학습관, 람사르문화관으로 향하는 길목이라 여가,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있어 많이 찾기 때문이다. 110가구가 옹기종기 살던 작은 마을 곳곳에 카페, 음식점,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교통 불편, 악취 등 문제가 터져 나왔다. 이에 주민들은 약 일주일 전 ‘마을 안 상가·공장 신설 반대’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었다.

30년째 이 마을서 살고 있다는 ㄱ(63) 씨는 “오죽했으면”이라고 운을 뗐다.

“마을 한가운데 음식점이 있거든. 사람들이 처음엔 식당이 생기는 줄도 몰랐다 아이가. 요즘엔 밤낮으로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주민들이 얘기하니까 가게에서도 조치를 한다 했는데 똑같다. 여름에는 냄새 때문에 속이 안 좋아져서 창문도 못 연다. 바로 붙은 집들은 말도 못 하지.”

그러면서 ㄱ 씨는 교통 위험 문제를 지적했다.

“사람 많이 오는 주말에 제일 심하지. 마을 길 봐라. 차 한 대 지나갈 정도로 좁은데 차들이 신경을 쓰나. 쌩쌩 지나가삐지. 골목에 애들도 못 뛰어댕긴다, 위험해서. 예전에는 경운기도 다니고 했는데 요즘은 그러지도 못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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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찾은 창원 의창구 동읍 월잠리 가월마을에 마을 안 상가공장 신설 반대 펼침 막이 붙어 있다. / 우보라 기자

마을 땅을 두고도 소송이 한창이다. 주남사진미술관 건립 행정소송 말이다. 지난해 한 건축주는 이곳에 지하 1층, 지상 2층(총면적 1551㎡) 규모 사진미술관을 건립하고자 구청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으나 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업 터가 주남저수지에서 불과 3m 떨어진 곳이라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건축주는 ‘건축 불허 처분은 부당하다’며 창원지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1일엔 2차 변론이 진행됐다.

ㄱ 씨는 동네 땅을 두고 진행 중인 이 소송에 대해서도 심정을 털어놨다.

“솔직히 허가 안 내 줬으면 좋겠지. 전문가 아닌 우리가 봐도 여기(주남저수지)에 오는 철새가 많이 줄었거든.”

가월마을에서 태어나 한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다는 ㄴ(74) 씨도 마찬가지였다. ㄴ 씨 집에 들러 담소를 나누던 또 다른 주민 ㄷ(76) 씨도 마음은 같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이름을 밝히는 것을 꺼렸다. 작은 마을인 데다 땅값 상승을 이유로 개발에 찬성하는 이가 일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민들은 이 말을 신문에 실어달라고 했다.

“이미 들어선 가게, 공장이야 어쩔 수가 없지. 근데 자연도, 사람도 좀 살게 이제 개발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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